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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금·은 랠리’에 켜진 경고등

최두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2 18:31

수정 2026.02.02 18:31

최두선 증권부 차장
최두선 증권부 차장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흐름 가운데 하나는 금과 은 가격의 급격한 변동성 확대다. 사상 최고가를 경신하던 금과 은은 단기간에 급락했다가 다시 반등하는 등 롤러코스터 장세를 반복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여전히 '귀금속 슈퍼 랠리'라는 표현이 유효해 보이지만, 가격 흐름만 놓고 보면 시장의 불안심리가 이전보다 훨씬 노골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금과 은 가격의 방향성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움직임의 방식이다. 완만한 상승이 아니라 급등과 급락이 반복되는 국면은 투자자들의 확신이 약해졌음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차익 실현을 넘어, 금과 은이 더 이상 일방적인 안전자산으로만 인식되지 않고 있다는 신호다.

역사적으로 금 가격의 장기 상승 국면은 경기 확장기와 겹치는 경우가 많았다. 1970년대와 2000년대 금 슈퍼 랠리 당시에도 미국 경제는 전반적으로 견조한 성장 흐름을 유지했다. 다만 공통점이 있다. 금 가격이 정점을 통과해 조정 국면에 들어설 때, 경기도 예외 없이 둔화 또는 침체 국면으로 이동했다는 점이다. 금 가격의 급격한 조정은 종종 경기 사이클의 변곡점과 맞물려 나타났다.

이번 금·은 랠리는 과거와 또 다른 특징을 지닌다. 1970년대에는 금 가격 상승과 금리 인상 사이클이 동시에 진행됐고, 2000년대에는 금리 인하 국면 속에서 금이 강세를 보였다. 현재는 명확히 후자에 가깝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하 기조와 사실상의 양적완화 정책이 맞물리며 유동성 환경은 매우 느슨하다. 이 유동성은 주식과 채권뿐 아니라 금과 은 가격을 동시에 끌어올렸다.

그러나 최근 나타난 급락과 반등은 이 랠리가 단순한 유동성 효과만으로 설명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금 가격 상승에는 위험자산 성격의 수요와 안전자산 성격의 수요가 동시에 유입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점은 금과 함께 안전자산으로 분류되던 다른 자산들의 흐름이다. 금 가격이 급등락을 반복하는 동안 비트코인은 조정 국면에 들어섰고, 미국 국채에 대한 수요는 약화되며 장기 금리는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전통적 안전자산 간에도 균열이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이는 시장이 '안전'을 어디에서 찾아야 할지 확신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결국 최근의 금·은 가격 급락과 반등은 단순한 시장 소음이 아니다.
이는 귀금속 시장이 보내는 분명한 메시지다. 지금의 랠리는 지속될 수 있지만, 그 과정은 결코 평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금과 은에 켜진 경고등은 가격 수준이 아니라 변동성이라는 형태로 더욱 또렷해지고 있다.

dschoi@fnnews.com 최두선 증권부 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