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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日보다 월등히 높은 초임, 채용 문턱만 높인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2 18:31

수정 2026.02.02 18:31

기업 규모별 격차도 日의 두배 넘어
청년취업에 악영향, 임금 틀 손봐야
서울 한 대학교 일자리센터에 기업들의 채용공고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한 대학교 일자리센터에 기업들의 채용공고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대기업 대졸 신입 초임 수준이 일본과 대만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총이 한국과 일본, 대만 정부의 임금 통계(2024년)에 물가를 반영한 구매력평가(PPP)를 활용해 분석한 수치다. 이에 따르면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전체 기업의 평균치도 한국은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일본보다 24.5%, 대만에 비해선 41.1%나 높았다.

기업 규모가 커지면 한일 대졸 초임 격차는 더 크게 벌어진다.

한국 대졸 초임은 일본보다 소기업에선 20%가량, 중기업에서 30% 가까이 높았다. 이 수치가 대기업에선 40% 이상으로 많아지는데, 국가 성장 규모나 생산성을 감안할 때 적정 수준의 임금인지 되묻게 된다.

특히나 일본이 대기업 기준으로 삼은 규모는 '1000인 이상' 글로벌 기업이다. 이들 기업의 초임이 '500인 이상'을 기준으로 한 한국보다 크게 적다는 사실은 여러 가지를 시사한다.

대기업 임금 출발선이 높은 것은 근로자에게 반가운 일이지만 과도한 수준이면 많은 부작용이 뒤따른다. 기업 경쟁력 발목을 잡아 저성장 탈출구를 찾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이고 대기업 취업에만 목매는 시장 양극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 경총에 따르면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도 일본의 두 배가 넘었다.

일본은 대기업 초임이 100인 미만 소기업보다 14.3% 높은 데 그쳤지만, 한국은 33.4%나 높다. 일본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한국만큼 기피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한다. 대만과 비교해도 비슷했다. 반도체 등 여러 품목에서 핵심 경쟁국인 일본과 대만이 한국보다 훨씬 낮은 비용구조로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는 의미도 된다.

한국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임금이 시작부터 크게 차이가 나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이 격차는 더 커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까지 안고 있다. 한국은 한번 채용하면 정년까지 매년 자동으로 임금이 오르는 호봉제 비중이 여전히 높다. 직무와 성과 중심의 임금체계가 정착된 일본, 대만과 다른 구조다. 임금 상승에 비례해 생산성이 오르면 전체 비용이 상쇄되겠지만 그렇지도 않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하위권을 면치 못한다.

고비용·저생산성이 고착화되면 사회 전반에 활력이 떨어진다. 대기업은 인건비 부담에 채용 문턱을 높이고, 청년 고용난은 악순환을 되풀이하게 된다. 중소기업 회피심리는 갈수록 더하고, 눈높이에 맞지 않는 현실에 등 돌리는 청년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것이다. 지금 '그냥 쉬는' 무기력한 청년들이 줄지 않는 것도 이런 이유다.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과도한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고 생산성 제고에 힘을 모으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일의 성과에 맞춰 보상할 수 있는 합리적 임금체계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 적정 임금에서 출발해 개별 성취를 기준으로 임금이 결정되는 구조가 바람직하다.
꽉 막힌 청년고용, 기업 양극화 해법도 여기서 찾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