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박기호 기자 = 국내 주요 대기업집단 총수들이 지난 10년간 개인 지분을 축소했지만 계열사 자본을 '지렛대' 삼아 내부지분율을 확대, 그룹 전체에 대한 실질적 장악력은 더욱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상속·증여세 부담이 큰 개인 지분을 확보하기보다, 소속회사의 자금력을 동원해 우호 지분을 확대해 상대적으로 적은 자본으로 지배 체제를 공고히 한 것이다.
3일 리데스인덱스가 동일인(총수)이 있는 대기업집단 중 2015년부터 2025년까지 비교 가능한 31곳의 지분율 변화를 분석한 결과, 총수의 평균 지분율은 지난 10년간 6.1%에서 3.9%로 2.2%포인트(p) 하락했다. 같은 기간 오너일가인 친족의 평균 지분율도 5.3%에서 4.2%로 1.1%p 감소했다.
반면 소속회사(계열사) 평균 지분율은 49.4%에서 56.8%로 7.4%p 상승했다.
이는 지주사 중심의 지배구조 개편 또는 경영권 승계가 이뤄졌거나 진행 중인 그룹에서 뚜렷했다.
교보생명의 경우 신창재 회장의 지분율은 19.2%에서 3.0%로 16.2%p 급락했지만 소속회사 지분율은 34.9%에서 82.4%로 47.5%p 급등, 내부지분율이 56.1%에서 86.1%로 올랐다. 재무적 투자자인 어피티니 컨소시엄과의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분쟁을 거치며 금융지주사 전환 등을 목표로 지배구조를 빠르게 재편한 결과로 분석된다.
한국앤컴퍼니는 조양래 명예회장(동일인)에서 조현범 회장으로 경영권이 사실상 넘어간 가운데, 동일인 지분율은 12.0%에서 0.7%로 11.3%p 하락했다. 이에 반해 소속회사 지분율은 18.8%에서 51.9%로 33.1%p 확대되며 내부지분율도 13.6%p(62.8%→76.4%) 상승했다.
이 같은 흐름은 상장사보다 외부 감시가 덜한 비상장사에서 훨씬 두드러졌다. 비상장사의 내부지분율 상승폭은 7.2%p(79.8%→87.0%)로, 상장사 2.7%p(48.8%→51.5%)의 약 3배에 달했다.
비상장사 내부지분율 증가폭이 두 자릿수에 달한 그룹은 두산(56.3%p↑), 교보생명보험(30.1%p↑), KCC(27.7%p↑), 미래에셋(26.7%p↑), 현대백화점(24.0%p↑), 동국제강(21.5%p↑), 이랜드(16.9%p↑), 태영(16.9%p↑), 현대자동차(14.8%p↑), 태광(14.3%p↑) 등 31곳 중 10곳에 달했다.
상장사 가운데 내부지분율이 두 자릿수로 상승한 그룹은 교보생명(30.3%p↑), 동국제강(15.4%p↑), 미래에셋(13.5%p↑), 현대백화점(13.4%p↑) 등 4곳뿐이었다.
총수 개인의 전체 지분율이 낮아졌지만 오히려 핵심 계열사를 중심으로 총수 지분이 늘어나는 흐름도 나타났다.
31개 그룹 핵심 계열사에 대한 동일인 지분율은 2015년 20.1%에서 2025년 23.0%로 2.9%p 상승했으며 친족과 소속회사 지분율도 각각 1.2%p, 3.1%p 늘었다. 이를 합친 핵심 계열사 내부지분율은 54.1%에서 61.8%로 7.7%p 상승하며, 지배구조 정점에 위치한 기업에 대해서만큼은 총수의 직접 장악력이 더욱 공고해졌다.
태광그룹은 비상장사 티알엔(TRN)에 대한 이호진 전 회장의 지분이 15.1%에서 51.8%로 36.7%p 확대됐고 효성그룹도 고(故) 조석래 명예회장에서 3세대 경영으로 승계가 일어나면서 지주사 (주)효성에 대한 조현준 회장의 지분이 10.1%에서 41.0%로 30.9%p 상승했다. 현대백화점그룹에서도 정지선 회장이 보유한 현대지에프홀딩스 지분이 17.1%에서 39.7%로 22.6%p 높아졌다.
신세계, 한화, 현대자동차 등은 동일인의 핵심 계열사 지분율이 각각 14.7%p(17.3%→2.6%), 12.0%p(22.5%→10.5%), 6.6%p(7.0%→0.3%) 낮아졌지만 친족 지분율이 16.5%p(9.8%→26.3%), 7.9%p(9.3%→17.2%), 7.3%p(0%→7.3%)씩 높아졌다. 이들 그룹은 실질적인 승계는 사실상 마무리됐지만 동일인 지위는 여전히 선대 회장이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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