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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끌어올린 밥상물가…자장면·김밥값도 4%이상 뛰어

정상균 기자,

최용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3 18:10

수정 2026.02.03 18:10

1월 서민 체감물가는 2.2%↑
원자재 수입 많은 가공식품값 들썩
가축 전염병 퍼지며 고기값도 상승
주식 쌀가격은 열달째 오르며 비상
석유류 하락이 그나마 상승폭 줄여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2.0% 올라 5개월 만의 최소폭을 기록했다. 설 연휴를 앞둔 가운데 쌀(18.3%), 고등어(11.7%), 사과(10.8%), 국산쇠고기(3.7%) 등은 여전히 상승 폭이 큰 수준이다. 3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쌀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소비자 물가지수는 1년 전 같은 달보다 2.0% 올라 5개월 만의 최소폭을 기록했다. 설 연휴를 앞둔 가운데 쌀(18.3%), 고등어(11.7%), 사과(10.8%), 국산쇠고기(3.7%) 등은 여전히 상승 폭이 큰 수준이다. 3일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서 소비자가 쌀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환율이 끌어올린 밥상물가…자장면·김밥값도 4%이상 뛰어
서민들이 실질적으로 체감하는 생활물가가 정부 목표치 2.1%를 웃돌았다.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0%를 기록했으나 체감 물가와는 괴리가 크다는 의미다. 서민들이 주로 찾는 라면, 계란, 빵 등 가공식품과 자장면, 김밥 등 외식물가는 높게는 5% 이상 올라 가계 부담을 키우고 있다. 주식인 쌀 가격도 열 달째 오름세여서 떡 값까지 덩달아 올랐다.

3일 국가데이터처와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서민들이 자주 구매하는 품목으로 구성된 체감 물가를 보여주는 생활물가지수는 2.2% 상승했다.

생활물가지수는 가계 구입 빈도가 높은 144개 품목으로 통계를 낸다.

문제는 서민 밥상과 외식물가 오름세가 계속된다는 점이다. 고환율에 따른 수입 원자재 가격 상승, 작황 부진과 가축전염병 확산, 이상기후에 따른 출하량 감소 등의 여러 이유가 축적된 결과인데, 고물가가 구조적인 현상으로 고착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최근 3년래 물가가 5%대까지 오른 탓에 체감물가는 상대적으로 더 높을 수밖에 없다.

이정수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사무총장은 "지난 2022년(5.1%), 2023년(3.6%) 물가가 높게 오르다 보니 최근 2년새(2024년 2.3%, 2025년 2.1%) 상승률이 낮아졌다 해도 소비자들이 체감하는 고물가 정도가 더 크다"고 지적했다.

우선 고환율에 따른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가공식품 물가 상승폭이 컸다. 라면이 대표적이다. 경제당국의 물가 관리하에 가격을 억눌러 왔는데, 새해 들어 8.2%나 올랐다. 지난 2023년 8월에 9.4%가 오른 이후 2년5개월 만에 가장 높다. 수입산 원자재가 많이 들어가는 기초화장품도 8.2%나 올라 상승폭이 높았다.

외식 물가도 심상치 않다. 자장면(5.4%), 짬뽕(4.6%), 해장국(4.5%), 김밥(4.2%) 등 모든 항목이 올랐다. 가공식품류 가격도 많이 올랐는데, 빵·곡물, 과자·빙과류, 커피·차·코코아 물가는 높게는 6% 넘게 올랐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가공식품(전년동기대비 2.8%)과 외식물가(2.9%)는 정부 목표치 2% 보다 높다"면서 "서민들이 주로 사 먹고 소비하는 것들이다 보니 물가체감이 더 크게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축산물은 국산 수입산 할 것 없이 가격이 올랐다. 사육두수 감소와 아프리카돼지열병(ASF) 확산으로 국산쇠고기가 3.7%, 돼지고기가 2.9% 올랐다. 고환율 직격탄을 맞은 수입소고기는 7.2% 올라 2022년(24.2%) 이후 4년 만에 가장 높았다. 대체 육류인 닭고기(6.8%)와 계란(2.7%) 가격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라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쌀 가격이 18.3%나 올라 가계에 시름을 더했다. 시중에 팔리는 20㎏짜리 쌀 값이 6만5000원선을 오르내리는 높은 수준이 계속되고 있는데, 이것이 떡값까지 연쇄적으로 끌어올렸다. 떡 물가 지수는 1월 5.1% 올라 같은 달 기준 2023년 1월(5.7%) 이후 상승폭이 가장 컸다.

쌀값이 계속 오르자 주무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가 쌀 예상초과량 10만t 격리 조치를 결정했다가 설 명절 직전에 번복했다. 가공용 쌀 6만t도 더 공급했다. 그럼에도 쌀 값은 지난해 4월부터 10개월 연속 꺾이지 않고 있어 햅쌀이 출하되면 쌀 값이 안정될 것이라는 농림부의 전망은 빗나갔다. 정부의 쌀 수급 조절이 시장에 제대로 먹혀들지 않은 전형적인 정책 실패라는 지적이다.

개인·공공서비스 물가가 오른 것도 서민가계를 짓누르는 요인이다. 서비스 물가는 2.3% 올랐는데, 그중 월세가 1.1%, 전세가 0.7% 상승했다. 공동주택관리비도 3.9% 올랐다. 개인 보험료서비스료는 15.3%나 올랐다.

경제당국이 자평한 대로 지표 상 '2% 물가'는 안정권이다. 지난 2023년 소비자물가가 3.6%, 생활물가지수가 3.9%, 신선식품지수가 6.8%를 기록한 것에 비하면 상승폭은 크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정부의 수입과일 할당관세 인하, 재정 지원 등의 물가 정책보다 국제유가 하락으로 휘발유 가격이 내려간 효과가 1월 물가에 가장 크게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12월 석유류 가격은 6%를 넘게 올랐었다. 국제유가가 올랐다면 고환율과 겹쳐 소비자 물가는 2% 중반대로 상승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형일 재경부 제1차관이 이날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로 국제유가 변동성이 커졌다"며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을 점검하겠다"고 밝힌 대목도 같은 맥락이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최용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