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23년 이정원 한림대 심리학과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2013~2020년 살인사건 판례 748건 가운데 6건은 원심과 최종심의 유무죄 판단이 뒤바뀐 '오판' 사례로 나타났다. 비율로는 0.8%에 불과하지만, 일부는 하급심에서 '살인자'로 낙인찍혔다가 가까스로 풀려난 경우였다.
이 같은 '오판'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 건 지난해 12월 '영월 농민회 살인사건' 당사자인 송모씨를 만나면서부터다. 2004년 강원 영월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의 피고인으로 법정에 섰던 그는 지난해 12월 대법원에서 무죄를 확정받으며 20년 만에 자유를 되찾았다.
고향에서 가족여행을 하다 사건에 휘말린 송씨는 현장에서 발견된 발자국과 유사한 샌들을 신고 있었다는 이유로 범인으로 지목됐다. 1심 재판부는 이를 근거로 무기징역을 선고했지만, 항소심에서 재감정을 거쳐 판단은 뒤집혔고 무죄가 확정됐다.
송씨는 수사·재판 과정에서 자신을 '범인'으로 단정하는 시선이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했다. 범행시간 당시 위치, 동기, 다른 목격자 진술은 유죄를 인정하기에 부족했지만 '발자국'이라는 단 하나의 정황이 모든 판단을 압도했다.
무죄가 확정됐지만 그의 삶은 이미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20여년간 이어진 재수사와 압수수색, 반복된 소환조사와 출국금지는 정상적인 삶을 어렵게 만들었다. 무죄 이후에도 그를 범인으로 단정한 유튜브 영상과 기사들은 여전히 남아 있다. 송씨는 "21년의 시간에 대한 정신적 피해가 과연 보상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 최근에도 회자되는 이 법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이는 유죄를 인정하기에 합리적 의심이 완전히 배제됐다고 보기 어렵다면 무죄가 선고돼야 한다는 형사재판의 대원칙이다.
이 원칙이 선언에 그치지 않으려면, 숫자로는 0.8%에 불과한 오판 가능성을 끝까지 경계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 0.8%는 누군가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scottchoi15@fnnews.com 최은솔 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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