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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광장] 중국 군부 숙청사태는 우리에게 호기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3 18:37

수정 2026.02.03 18:37

中공산당 중앙군사위 2인자 축출
군부가 집단지도체제 자부했지만
위원 7명 중 시진핑과 막내만 남아
시진핑이 의제 혼자 결정할 수 있어
이재명 대통령, 시진핑과 소통 강화
서해구조물 일부 이동… 진전 기대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지난달 24일 시진핑 중국공산당 중앙군사위원회(중군위) 주석은 서열 2위 장유샤 중군위 부주석과 중군위 겸 연합참모부 참모장 류전리를 기율 위반 혐의로 축출했다. 즉 부정부패에 연루된 혐의로 숙청했다.

이로써 시진핑을 포함한 중군위 위원 7명 중 5명이 사라졌다. 서열 7위이던 장성민만이 그와 남았다. 장성민은 작년 10월 부패로 청산된 허웨이둥 부주석 자리를 꿰찼다.

중국 군부의 최고 의사결정기구에 생긴 이례적인 공백은 어쩌면 우리에겐 호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은 서해의 공동관리수역(PMZ)에 시설물 1개와 양식장 2개를 수년 전에 세우고 운영 중이다. 한중 어업협정 및 공동관리 원칙을 위반한 처사를 이재명 대통령이 1월 4일 중국 국빈방문 자리에서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관심과 우리 외교당국의 지속적인 노력의 결과로 불과 2주도 안 된 지난달 27일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시설물 1개를 철거 중임을 알렸다. 철거가 완성되기 전까지 아직 샴페인을 터뜨릴 필요는 없다. 시작은 좋다. 시작이 반이다. 그러나 더 심각한 문제는 중국이 아직도 우리 하늘과 바다에 대한 불법침입을 일삼는 데 있다.

서해의 이른바 '중간선'을 중국 군함이 거의 매일 넘나든다. 최근에는 우리 영해에도 근접한다. 홍도, 흑산도, 서격렬비도, 백령도, 군산 앞바다 등에 잠수함을 포함한 중국 함정의 출몰이 잦다. 중국 전투기는 우리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무단 비행한다.

현재 우리는 이런 중국군의 행위에 전략적 경쟁, 즉 출몰하는 즉시 맞출동하는 방식으로 대응 중이다.

상기한 군사·안보 문제의 해결 호기가 최근 중국 군부에 대한 유례없는 정풍운동과 함께 찾아왔다. 현재로서 중국은 군의 최고 군사 의사결정기구인 중군위의 공석은 이례적으로 장기화될 것이다. 이런 비정상적 운영체계는 중국 군부의 의사결정 과정의 간소화를 의미한다. 중국 군부 역시 중국공산당과 같이 집단지도체제임을 자부한다. 즉 중군위 7인이 의사결정을 한다는 뜻이다.

지금은 시진핑과 장성민 등 두 명만이 실권을 가지고 있다. 국방부 장관과의 대화 의미는 사라졌다.

지난 2023년 12월 부임한 둥쥔(해군 총사령관) 국방부 장관은 중군위 위원이 안됐다. 이 또한 이례적이다. 그의 전임 웨이펑허와 리샹푸 장관 모두 중군위 위원을 겸임했기 때문에 국방부 장관 대화가 유의미했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과 군사 관련 문제는 정상외교 차원에서 해결할 기회가 도래했다고 할 수 있다. 중국의 집단 의사결정 구조는 본래 복잡하다. 중군위에 정책 의견과 건의가 도달하기 이전에 국무원 산하 국방부와 국방위원회에서 취합되어 중국공산당 총서기 산하의 '영도소조'에 상정된다. 중앙군사위원회에서 영도소조의 결정을 최종 확정한다. 중군위의 최고직 주석마저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못하는 게 정설이다. 물론 최후 표결권은 그에게 있지만 말이다.

이렇듯, 지금의 중국 중군위 의사결정은 간소화되었다. 군 관련 문제는 중군위의 주석, 즉 시진핑과 직접적인 대화로 해결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참고로 서해 구조물과 시설물은 중국의 남중국해 선례에서 볼 수 있듯 중국군이 관할한다. 이재명 대통령은 작년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올 1월 중국 국빈방문으로 시진핑과 원만한 관계를 맺은 것으로 파악된다. 소통이 가능한 수준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이런 관계를 잘 활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아마도 서해의 구조물 철거도 이런 맥락에서 생각보다 일찍이 내려졌는지 모른다.

작금에 일어난 시진핑의 군부에 대한 정풍운동을 두고 그의 집권력에 대한 논쟁이 많다. 그러나 그의 정권은 공고해 보인다. 중국은 역사적으로 중앙정권이 약해지면 민심 이반과 지방정부의 도전이 거세지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언론매체와 정보통신망에 대한 검열이 강한 중국이지만 완벽하게 막을 수 없다. 코로나 시기 반정부 슬로건이 육교에 걸리고 SNS로 플래시 몹(Flash mob·인터넷을 통해 모인 사람들이 정해진 장소에 모여 특정 행동을 한 뒤 순식간에 흩어지는 퍼포먼스)이 있었다.
일시적인 정치적 이벤트였다. 그러나 현재는 민심 이반이나 지방정부의 중앙정권에 대한 도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진핑 정권이 취약하지 않다는 방증이다. 그가 중군위의 의제를 거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호기를 놓치지 말자.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