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미국/중남미

‘소수자 배려 입학’ 금지의 파장…미 대학가 학생 구성 재편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3 23:18

수정 2026.02.03 23:18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 연방대법원이 2023년 인종을 고려한 대학 입학 전형을 금지한 이후, 미국 대학가의 학생 구성에 뚜렷한 재편이 나타나고 있다. 아이비리그 등 최상위 명문대에서는 흑인·히스패닉계 신입생이 크게 줄어든 반면, 공립 주립 명문대와 일부 사립대에서는 오히려 소수 인종 학생 등록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비영리 교육 연구기관 '클래스 액션(Class Action)'이 2024학년도 연방 정부 대학 등록 통계를 분석한 결과라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번 분석은 3000곳이 넘는 미국 대학을 대상으로 대법원 판결 이후 첫 해의 변화를 종합적으로 살핀 드문 사례다.

분석에 따르면 미국 내 입학 경쟁이 가장 치열한 상위 50개 대학에서 흑인 신입생 등록은 전년 대비 27%, 히스패닉계 학생은 10% 감소했다.



특히 아이비리그 8개 대학에 듀크대, 스탠퍼드대, MIT, 시카고대를 포함한 이른바 '아이비 플러스' 12개 대학에서는 흑인 신입생 비중이 2%P 하락했다. 이는 비율 기준으로는 약 25% 감소에 해당한다.

그동안 일부 대학들이 개별적으로 공개한 자료에서도 감소 조짐은 포착됐지만 이번 보고서는 이러한 변화가 특정 학교에 국한되지 않고 미국 전반의 최상위 대학군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났음을 보여준다.

반면 공립 주립 대표대학에서는 소외된 소수 인종 학생 등록이 크게 늘었다. 해당 대학들의 흑인·히스패닉계 신입생 등록은 전체적으로 8% 증가했다. 4년제 공립대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히스패닉계 신입생은 7%, 흑인 신입생은 4% 늘었다.

보고서는 이번 변화가 단순한 학교 이동을 넘어 연쇄 효과, 이른바 '캐스케이드(cascade)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 판결 이전이라면 아이비리그에 진학했을 가능성이 높은 우수한 흑인·히스패닉계 학생들이 한 단계 아래 대학으로 이동하면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소수 인종 학생들은 다시 더 낮은 선택지로 밀려난다는 구조다.

이 같은 현상은 1998년 캘리포니아주가 소수자 우대 정책을 금지했을 당시에도 관측됐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졸업 이후 취업 기회와 소득에도 장기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된 바 있다.

보고서는 특히 "대법원 판결로 졸업률이 높고 졸업 후 중위소득이 큰 대학들에서 유색인종 학생 수가 줄었다"고 평가했다. 이는 중장기적으로 인종 간 소득 격차를 고착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로 이어진다.

일부 변화는 전문가들의 예상을 뛰어넘었다.

미시시피대에서는 흑인 신입생 등록이 50% 급증했고, 루이지애나주립대(LSU)도 30% 증가했다.
테네시대 녹스빌 캠퍼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대에서는 히스패닉계 학생 등록이 3분의 1 이상 늘었다. 시러큐스대에서는 흑인 학생이 17% 증가했고, 마이애미대에서는 히스패닉계 학생이 45% 급증했다.


클래스 액션의 제임스 머피 수석연구원은 "일부 변화는 예측됐지만, 미시시피대와 마이애미대 사례는 예상보다 훨씬 극적이었다"고 말했다.

하버드 대학교. 사진=연합뉴스
하버드 대학교. 사진=연합뉴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