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기업 상표 도용·기술유출 '상시화'...매년 200명 넘게 붙잡혔다

김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4 14:50

수정 2026.02.04 14:50

최근 6년간 부경법 위반 사범 1356명 검거
연평균 226명꼴 적발...제도적 억제력 한계 지적
전문가들 "사후 처벌 넘어 예방 중심 대응 필요"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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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경법) 위반 검거 인원 및 건수
검거건수 검거인원
‘20년 109건 303명
‘21년 72건 182명
‘22년 78건 247명
‘23년 93건 210명
‘24년 86건 163명
‘25년 118건 251명
합계 556건 1356명
(경찰청)

[파이낸셜뉴스] 기업의 상표와 영업비밀을 둘러싼 위법 행위가 일회성 사건을 넘어 산업 현장의 상시적 위험으로 굳어지고 있다. 단속이 이어지고 있지만 관련 사범은 해마다 대규모로 적발되는 추세다. 기업 내부 통제와 정보 관리체계를 강화하는 예방 중심 대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4일 파이낸셜뉴스가 경찰청에 요청해 받은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부경법) 위반 검거 인원 및 건수'에 따르면 부경법 위반 사범 검거 인원은 지난 2020년부터 2025년까지 6년 간 총 1356명으로 집계됐다. 단순 환산 시 연평균 226명꼴로 기업 상표·영업비밀 침해 혐의로 검거된 셈이다.

같은 기간 검거 건수도 총 556건으로 연평균 90건을 웃돌았다.

연도별로 보면 검거 인원은 △2020년 303명 △2021년 182명 △2022년 247명 △2023년 210명 △2024년 163명으로 등락을 보이다가 지난해 251명으로 다시 크게 늘었다. 검거 건수 역시 2020년 109건에서 2024년 86건으로 소폭 줄었으나 지난해에는 118건으로 급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검거 건수와 검거 인원이 동시에 증가해 최근 5년 중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부경법은 국내에 널리 알려진 타인의 상표나 상호를 부정하게 사용하거나 타인의 영업비밀을 침해하는 행위를 방지해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그럼에도 관련 사범이 매년 수백명씩 검거되고 있다는 점에서 제도적 억제 효과에 한계가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실제 기업 영업비밀을 둘러싼 부정경쟁 범죄 의심 사건들이 최근에도 빈번히 발생하는 추세다. 지난 2일 수원지검 성남지청 형사3부는 아이언메이스 대표 최모씨 등 3명과 법인을 부경법 위반(영업비밀 누설)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2021~2023년 넥슨을 퇴사하면서 개발 중이던 게임 관련 원본 파일 등을 유출한 뒤 동종 업체인 아이언메이스를 설립해 게임 '다크 앤 다커'를 개발·출시한 혐의를 받는다.

산업계와 법조계에서는 디지털 환경 확산과 산업 간 경계 약화를 이런 유형의 범죄가 반복되는 배경으로 꼽는다. △퇴직자나 협력업체를 통한 정보 유출 △웹 크롤링(추출)을 통한 데이터 수집 △온라인을 통한 자료 전송이 쉬워지면서 기업의 핵심 정보가 외부로 유출될 위험이 과거보다 증폭됐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이직과 스카우트가 빈번해지면서 인력 이동이 곧 기술 이동으로 이어질 유인이 커졌다"며 "비밀유지 서약이 있더라도 USB나 개인 메일 등을 통한 반출을 기술적으로 완전히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현행 부경법에 처벌 규정이 마련돼 있으나 범죄를 막는 데 충분한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양진영 법무법인 민후 변호사는 "영업비밀 침해는 중대한 경우 실형이 선고되기도 하지만 일반 부정경쟁행위는 여기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많지 않다"고 짚었다.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를 3배에서 5배로 늘리는 등 고강도 기술유출 방지 대책을 담은 부정경쟁방지법 개정안이 2024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기도 했지만, 이 또한 손해액 산정 등 입증 책임이 피해자에게 있어 실제 적용이 쉽지 않다는 의견이 다수다.

전문가들은 처벌과 함께 예방 중심의 대응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기업 내부의 기술·정보 관리 체계와 보안 시스템을 점검하고 퇴직자·외부 협력업체 관리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황 교수는 "영업정지와 같은 행정적 제재를 병행해 (부경법) 위반 시 부담이 크다는 신호를 줄 필요가 있다"며 "중소기업은 특정 인력에게 기술과 정보가 과도하게 집중되는 구조를 개선하고 접근 권한을 분산하는 한편 기술 개발 과정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