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법원

"수사기간 간 견제와 균형 위해 중수청법 제정안 수정해야"...수사기관들 한 목소리

김동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4 16:13

수정 2026.02.04 16:13

수사권 오남용 방지란 '검찰 개혁' 취지 퇴색 우려
그래팩=이준석. 파이낸셜뉴스DB
그래팩=이준석. 파이낸셜뉴스DB

[파이낸셜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와 경찰청 등이 오는 10월에 출범할 것으로 예상되는 중대범죄수사청의 수사 권한 등이 과도해 '수사기 간의 견제와 균형'을 방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특히 중수청장의 사건이첩요구권 등이 '검찰식 수사'의 부활로 이어져 '검찰 개혁'의 취지를 퇴색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지난달 말께 정부의 중수청법 제정안에 대한 의견을 행정안전부에 전달했다. 행안부가 공수처에 법률안의 의견조회를 요청한 데 따른 결과다.

공수처는 중수청의 사법경찰관들이 공소청 검사와 공수처 검사, 경찰청 사법경찰관들을 수사할 수 있는 규정이 법률안에 담겨있지만, 정작 중수청 사법경찰관들에 대한 수사 주체가 어느 법률에도 명확히 규정돼있지 않은 점을 문제시했다.

이에 3급 이상의 중수청 공무원은 공수처가, 4급 이하의 중수청 공무원은 경찰청이 수사하는 것을 명시하는 공수처법과 경찰청법의 개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공수처는 또 중수청의 '중대범죄'에 대한 우선수사권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낸 것으로 전해진다. 구체적으로 다른 수사기관이 '중대범죄'를 수사할 경우 이를 중수청장에게 통보하도록 하는 인지통보에서 공수처가 제외돼야 한다는 의견도 밝힌 것이다.

여기서 '중대범죄'란 △부패 범죄(뇌물, 자금세탁, 리베이트, 국고부정수급 등) △경제 범죄(사기, 횡령, 배임, 조세포탈, 기업담합, 주가조작, 기술유출 등) △공직자 범죄(직무유기, 직권남용, 허위공문서작성, 공무상비밀누설 등) △선거 범죄(허위사실공표, 유권자매수, 투표자유방해 등) △방위사업 범죄(방위사업 관련 기술유출, 뇌물죄, 배임죄 등) △대형참사 범죄(업무상과실치사상, 중대재해처벌법위반 등) △마약 범죄(밀수 범죄 일체, 일정 규모 이상의 보관·판매 범죄 등) △내란·외환 등 국가보호 범죄(내란죄, 외환유치죄, 간첩죄 등) △사이버 범죄(사이버 공간상의 해킹, 개인정보유출, 아동성착취물배포 등)이다.

경찰청 역시 중수청의 우선수사권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경찰청은 중수청에 우선수사권을 부여할 경우, 신속성이 요구되는 수사에서 수사가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중대범죄가 경찰청의 수사 범위와 겹치므로,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자신들의 수사대상과 중수청의 수사대상을 검토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을 우려했다.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지난 2일 기자간담회에서 "중수청 직무범위가 9대 범죄 등으로 폭 넓게 설정돼 경찰과 지나치게 중복된다"며 "어느 기관이 어떤 범죄를 관할하는지 알기도 어려워 국민들이 혼란과 불편을 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수사기관들이 수사사법관과 전문수사관 등 중수청의 사법경찰관에 대한 수사권한, 중수청의 우선수사권 폐지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수사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이 필요하다는 논리다. 공수처 관계자는 "정부의 입법안대로면 중수청 공무원의 비리 등을 공수처 등이 수사할 구체적인 법적 근거에 향후 불필요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기관 간의 견제와 균형을 통해 검찰의 '특수통 수사' 등 수사권의 오남용을 막겠다는 것이 중수청의 설치 명분인 만큼, 중수청법의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의견이다. 차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결국 검찰개혁은 특수부 검사들이 정치적으로 사회 이목을 끌 사건을 무리하게 수사하는 등 '정치 검찰'이 등장했기 때문이 아니냐"며 "수사기관이 수사권을 오남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일선경찰서 수사과장 출신 변호사는 "사건의 이첩요구권, 그리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인지 통보제도는 결국, 검찰처럼 인지수사를 하겠다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선 법률안 수정이 불가피하지 않겠냐"고 말했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