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칼럼 기고

[기고] 반도체 수출 뒤 ‘현장 중심 행정’ 있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4 18:28

수정 2026.02.04 18:44

김기덕 평택대 교수
김기덕 평택대 교수
최근 우리나라 반도체 수출이 다시 뚜렷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 둔화와 기술 패권 경쟁, 공급망 재편이라는 복합적 도전 속에서 이룬 성과라는 점에서 그 의미는 더욱 크다. 이러한 성과의 1차적 공로가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과감한 투자, 그리고 현장 인력의 헌신에 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반도체 산업 현장을 오랫동안 지켜본 한 사람으로서, 이 성과의 이면에는 상대적으로 조명받지 못한 또 하나의 중요한 축이 있음을 강조하고 싶다. 바로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현장과 호흡하며 작동해온 '현장 중심 행정', 그리고 이를 실천해온 공직자들의 역할이다.



반도체 산업은 대표적인 국가 전략 산업인 동시에, 극도의 정밀성과 속도를 요구하는 산업이다. 생산 공정뿐 아니라 소재·장비·완제품이 연결된 물류와 통관 과정에서도 작은 지연이나 판단 착오가 곧바로 대규모 손실로 이어진다. 이 산업에서 행정은 단순한 관리나 규제의 영역을 넘어, 산업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라 할 수 있다.

특히 평택세관의 공직자들은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반도체 산업의 현실을 이해하려 지속적으로 노력해왔다. 긴급 물량에 대한 신속한 판단, 사전 상담과 상시적인 소통을 통한 불확실성 해소, 제도 해석의 합리성 확보 등은 통계로 드러나지는 않지만 기업들이 현장에서 분명히 체감하는 변화다. 이러한 행정이 있었기에 반도체 수출 현장은 글로벌 불확실성 속에서도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었다.

필자는 삼성반도체에서 근무하며 이러한 과정을 직접 경험했고, 현재는 대학에서 산학협력을 담당하며 기업과 공공을 잇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두 경험을 통해 확인한 사실은 분명하다. 반도체 초격차는 기술력만으로 유지되지 않으며, 이를 뒷받침하는 행정 역량과 현장에 대한 이해가 결합될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해진다는 점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여전히 공직 사회를 규제와 절차의 상징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전략 산업의 현장에서 공직자는 단순한 '관리자'가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함께 지탱하는 '조력자'이자 '파트너'에 가깝다. 산업을 이해하고 기업과 신뢰를 쌓으며 국가 경쟁력을 함께 고민하는 행정이 있을 때 정책은 현장에서 비로소 힘을 갖는다.

이제 반도체 수출 성과를 평가할 때, 기업의 노력뿐 아니라 이를 조용히 뒷받침해온 행정의 역할에도 시선을 넓힐 필요가 있다. 이러한 노력이 정당하게 평가받을 때 공직 사회에는 자부심이 쌓이고, 산업과 행정 간의 선순환 구조는 더욱 공고해질 것이다.


반도체 초격차 수출은 어느 한쪽의 성과가 아니다. 민과 관이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다하며 만들어낸 공동의 결과다.
현장 중심 행정의 힘이 앞으로도 대한민국 반도체 경쟁력을 지탱하는 중요한 기반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

김기덕 평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