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fn광장] 진인사 트럼프 트윗 시대

정순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4 18:36

수정 2026.02.04 19:17

트럼프 "관세 25%↑" SNS로 압박
하루만에 말바꿨지만 여전히 불안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관세 협상
국제적 신뢰 훼손하는 무례지만
현실적 선택은 기존 15% 지키기
국익 관점에서 여야 머리 맞대야
정순민 문화대기자
정순민 문화대기자
'진인사 트천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할 일을 다 한 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을 기다린다는 뜻을 가진 일종의 밈(meme)이다. 추측한 대로 이는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는 한자성어에서 파생된 신조어다. 어법상으론 '트천명'이 아니라 '대트명'이 맞지만 뭔들 어떠랴. 이 말이 처음 등장한 것은 지난 2019년 트럼프 1기 당시 산업부 통상교섭본부가 미국과 자동차 관세협상을 벌이던 때다. 여기에는 최선을 다해 미국의 자동차 관세 결정을 연기해 놓았지만 막판에 트럼프가 방향을 틀 수도 있다는 공포감이 숨어 있다.



트럼프는 6~7년의 세월이 지난 지금도 똑같은 일을 반복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지난달 27일, 대한민국 정부와 관가가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한국 입법부가 미국과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있다"며 "자동차, 목재, 의약품 및 기타 모든 상호관세를 15%에서 25%로 인상한다"고 엄포성 경고를 날렸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이튿날 기자들을 만나 "한국과 해결방안을 찾아보겠다"며 유화 제스처를 취했지만 꼬인 실타래가 풀렸다고 보긴 이르다. 트럼프가 언제 또 다른 말을 불쑥 내뱉을지 알 수 없어서다.

트럼프는 흔히 '럭비공'으로 불린다. 언제 어디로 튈지 아무도 모른다는 점에서다. 이를 방증할 사례는 차고 넘친다. 최근 트럼프는 그린란드 분쟁과 연계해 덴마크, 노르웨이, 스웨덴 등 유럽 8개국에 10~25% 관세 부과 카드를 꺼내 들었다가 불과 4일 만에 철회했다. 중국과 통상 관계를 강화하고 있는 캐나다에는 100%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맹공을 퍼부으면서도 여전히 이를 실행에 옮기진 않고 있다. 또 관세로 신경전을 벌이던 인도가 러시아산 원유 구매 중단을 선언하자 25%였던 관세를 18%로 인하하는 선심을 쓰기도 했다.

트럼프는 자신의 의사를 전달할 때 SNS를 즐겨 사용한다. 여기에는 고도의 전략이 깔려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칼럼니스트 제럴드 사이브는 트럼프의 SNS 사랑에는 세 가지 목적이 숨어 있다고 분석한다. 먼저 협상을 진행하기 전 '떠보기' 수단으로 SNS를 이용하고, 특정 사안을 언급함으로써 이슈를 선점하려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끝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이슈로부터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해 SNS를 활용한다고 본다. "그의 변덕스러운 트윗이 세상을 망치고 있다"고 투덜대는 사람이 많지만 트럼프의 막무가내식 SNS 사랑이 멈출 가능성은 0%다.

트럼프의 조카이자 임상 심리학자인 메리 트럼프는 지난 2020년 '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Too Much And Never Enough)'이라는 제목의 정신분석 보고서를 낸 바 있다. 트럼프를 '대통령이 돼선 안 될 이기적인 괴물'로 규정한 저자는 그를 이해하는 핵심 키워드 중 하나로 '잔인함(cruelty)'을 강조한다. 트럼프는 단순히 공격적이거나 냉정한 인물이 아니라, 타인을 통제·굴복시키고 자신의 권력과 만족을 위해 전략적으로 잔인함을 사용하는 인물이라는 분석이다. 그런 관점에서 보자면 트럼프의 관세 압박은 상대국을 흔들고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심리적 기제의 발현인 셈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비용이나 국제적 신뢰 훼손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지난해 말 백악관 비서실장 수지 와일스는 미국 시사문화잡지 '배니티페어'와 가진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알코올중독자의 성격을 가졌다"며 "자신이 할 수 없는 일은 없다는 시각으로 행동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상호관세를 발표하기 전 좋은 정책인지에 대해 엄청난 의견 불일치가 있었다. 밴스 부통령과 함께 속도를 늦추려고 시도한 적도 있다"고 털어놨다. 트럼프의 오른팔로 '냉철한 얼음공주(Ice Baby)'라는 평가를 받는 그녀마저 이렇게 말할 정도이니 트럼프의 독선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다. 트럼프에 관한 또 다른 책 '도널드 트럼프라는 위험한 사례(The Dangerous Case of Donald Trump)'의 저자들은 심지어 그를 나르시시스트, 악인, 미치광이, 소시오패스라고 규정한다.

결국, 우리가 할 일은 '진인사(盡人事)', 즉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하는 것이다. 그래야 '너무 과한데 만족을 모르는' 이 빌런을 상대하는 우리에게도 새로운 공간이 생긴다. 입맛이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다. 현실적인 선택은 25% 관세 재부과 없이 이번 사태를 잘 마무리하는 것이다.
기업에 피해가 없게 하려면 여와 야가 따로 없다. 모든 걸 국익의 관점에서 논의하고 협의해야 한다.
관세(Tariff)로 보안관(Sheriff) 노릇을 하려는 트럼프 때문에 여러 사람이 고생이다.

jsm64@fnnews.com 정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