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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李대통령이 쏘아올린 공

서영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4 18:39

수정 2026.02.04 18:39

서영준 경제부 차장
서영준 경제부 차장

최근 부동산 시장이 시끄럽다. 오는 5월 9일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때문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직접 나서 유예 종료를 못 박으면서 부동산 시장은 물론 정치권에서도 집값 잡기 논란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이 대통령이 연일 SNS를 통해 최후통첩을 날리는 현상은 이례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일각에서는 SNS를 통해 굵직한 정책을 발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이 대통령을 비유하기도 한다.

이례적 현상인 만큼 이 대통령의 유예 종료 의지가 크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 대통령의 이 같은 행보를 뜯어보면 단순 집값 잡기에 혈안이 됐다고 치부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는 이미 4년 전 예고됐다. 유예조치를 예정대로 종료하는 것이지 부동산 집값을 잡겠다는 새로운 정책은 사실상 아니다. 물론 유예 종료에 따른 효과로 시장에 매물이 나오고 집값이 하향 안정화되는 상황을 기대할 수는 있다. 그럼에도 이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 이슈를 키우는 데는 정부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일관성을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각인시키기 위한 것으로 판단된다. 실제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치명적인 독은 규제 그 자체보다 '바뀔지 모른다'는 기대감이다. 이 대통령은 이러한 기대감이 만들어내는 악순환을 정책 일관성이라는 정공법으로 끊겠다는 의도다.

지난 3일 국무회의에서도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관련 대책을 보고하면서 '아마'라는 표현을 쓰자 이 대통령은 "앞으로 '아마'라는 표현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 정책이 한번 정해지면 일관성 있게 추진돼야 국민들의 정책 신뢰도가 높아진다는 지론이 반영된 것이다.

임광현 국세청장에 따르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규정이 시행됐던 2021년 전후 시기 조정대상지역 내 다주택자 주택 양도 건수는 2019년 3만9000건에서 발표 시점인 2020년 7만1000건, 시행 시점인 2021년 11만5000건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022년 중과 유예가 되면서 정책을 믿었던 국민들은 허탈감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
이 대통령의 표현을 빌리자면 "안 믿은 사람은 득을 보고, 믿은 사람은 손해를 본 것"이다. 정권의 입맛에 따라 땜질식 처방이 이뤄진 결과로, 지금 주목해야 할 것은 집값 잡기 논란이 아니라 '정부는 약속을 지킨다'는 명확한 신호다.
이 대통령이 끊임없이 발신하는 신호가 정책 일관성에 따른 국민 신뢰 구축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본다.

syj@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