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재정 투자한다던 아마존 창업자 베이조스, 기자 3분 1 잘라
스포츠·해외·지역 부문 축소, 창간 이후 최악의 구조조정
경쟁사 뉴욕타임스는 구독자 늘어 대조
스포츠·해외·지역 부문 축소, 창간 이후 최악의 구조조정
경쟁사 뉴욕타임스는 구독자 늘어 대조
[파이낸셜뉴스] 워싱턴포스트(WP)가 전체 인력의 약 3분의 1을 감원하며 창간 이후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인수한 지 13년 만에 닥친 이번 대규모 해고 사태는 미국을 대표해온 전통 언론사의 정체성과 역할을 근본적으로 흔드는 충격적 조치로 평가된다.
4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워싱턴포스트는 스포츠·지역·해외 부서를 중심으로 대규모 감원을 단행한다고 밝혔다. 편집국장 맷 머리는 내부 공지에서 "고통스럽지만 신문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하기 위한 결정"이라며 "저널리즘과 비즈니스 모델을 재정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공지능(AI) 확산 이후 온라인 트래픽이 급감했고 신문이 다른 시대에 지나치게 머물러 있었다"고 전했다.
가장 상징적인 변화는 스포츠와 해외 보도의 축소다. 스포츠 부서는 기존 형태로 폐지되고, 해외 데스크는 20곳이 넘던 거점이 약 12곳으로 줄어든다. 전 카이로 지국장은 중동 특파원과 편집진 전원이 해고됐다고 밝혔고, 우크라이나 주재 기자는 "전쟁 한복판에서 일자리를 잃었다"고 토로했다. 워싱턴 DC 지역 뉴스를 담당하던 메트로 부서 역시 사실상 해체 수준의 감원을 겪고 있다.
내부 반발도 거세다. 워싱턴포스트 노조는 "노동자를 계속 줄이는 것은 신문의 사명을 훼손할 뿐"이라고 비판했다. 전 편집국장 마티 배런은 이번 사태를 "세계 최고 언론사 중 하나의 역사에서 가장 어두운 날들 가운데 하나"라고 규정했다.
이번 구조조정은 베이조스가 2013년 워싱턴포스트를 인수하며 '재정적 활주로'라는 이름으로 약속했던 성장 전략이 사실상 실패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2023년 약 7700만달러(약 1125억원), 2024년 약 1억달러의 손실을 기록하며 재정 압박이 커졌다.
재정 악화는 편집권 논란과도 맞물려 있다. 사측이 사설면 방향을 '개인의 자유와 자유시장' 중심으로 재편한 이후 내부 반발과 편집국장 사임이 이어졌다. 마틴 배런 전 편집국장은 "베이조스는 2024년 대선 당시 카멀라 해리스 지지 선언을 무산시킨 '겁쟁이 같은 명령'으로 25만명 이상의 구독자를 잃었다. 이것이 자해적인 브랜드 파괴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루스 마커스 전 칼럼니스트도 "베이조스가 트럼프 행정부와 마찰을 피하기 위해 오피니언 섹션을 우경화하고 비판적인 목소리를 검열하고 있다"고 폭로했다.
현재 워싱턴포스트의 상황은 경쟁사인 뉴욕타임스(NYT)와 극명하게 대비된다. 뉴욕타임즈는 서비스 저널리즘 다각화를 통해 13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1억9200만달러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마커스는 "베이조스의 자산은 인수 당시 250억달러에서 현재 2500억달러로 추정된다"면서 "그 중 1%만 출연해도 신문을 영구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km@fnnews.com 김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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