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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깎아서라도 맞춘다"...서울 집값 '마법의 15억'

전민경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5 16:38

수정 2026.02.05 16:59

"14억9980만원으로 하시죠"
'15억원 초과' 대출 문턱 높이자
14.9억원 '턱끝 거래' 1년 전 대비 61.1% ↑
상승·하락거래 모두 15억원 키 맞추기
5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양도소득세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5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에 양도소득세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으로 15억원 초과 주택에 대한 대출 한도가 2~4억원으로 축소된 가운데, 서울 지역 곳곳에서 15억원 키 맞추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른바 '15억원 매직'은 상승 거래뿐만 아니라 하락 거래까지도 불러 일으키고 있다는 관측이다.

5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강화된 대출 규제 적용이 시작된 지난해 10월 16일부터 현재까지 서울에서 14억원 이상~15억원 미만으로 매매된 아파트 거래는 총 585건이다. 1년 전 같은 기간(463건)보다 26.3% 증가한 수준이다. 이중에서도 15억원 '턱밑'까지 따라온 14억9000만원~14억9999만원 거래는 87건으로, 1년 전 동 기간(54건) 대비 61.1% 늘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10·15 대책으로 주택 가격에 따라 대출 한도를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이하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제한했다. 대출 기준은 통상 매매가보다 낮게 측정되는 KB부동산 시세가 기준이 되는데, 이왕이면 15억원을 넘기지 않으려는 거래가 이어지는 것으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점은 기존 14억원 미만 아파트도, 15억원을 소폭 넘긴 아파트도 최근 14억원 후반대라는 가격을 형성해 가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성동구 '동아그린' 58㎡는 지난달 27일 14억9500에 거래됐다. 직전 거래는 13억3000만원(지난해 11월 17일)에 거래됐는데 두 달 여 만에 1억6500만원이 오른 것이다. 동작구 '동작삼성래미안' 84㎡도 6개월여만에 2억원이 훌쩍 뛰면서, 지난달 3일 14억6000만원으로 최고가를 갱신했다.

최고가가 15억원을 넘어섰음에도 가격이 15억원 아래로 조정되는 움직임도 있다. 서울 종로구 무악동 '무악 현대' 114㎡는 지난해 12월 16일 14억9980만원에 거래된 데 이어 올해 1월 6일 14억7470만원에 거래됐다. 이곳의 최고가는 15억1470만원(지난해 11월 19일)이다. 양천구 '목동삼성' 84㎡도 지난해 12월 23일 신고가인 15억원에 계약서를 썼지만 지난 3일에는 14억9500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동작구 '보라매e편한세상' 133㎡ 역시 지난 1월 17일 14억9900만원에 거래됐는데, 직전 매매가는 15억7500만원(지난해 12월 19일)이다.

'15억원'이라는 시세를 신경쓰다보니 소형과 중형, 중형과 대형 평형의 가격이 거의 비슷해지거나 역전되는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동아그린'은 84㎡ 신고가(14억5000만원·2025년 10월 2일)를 59㎡가 14억9500만원(1월 29일)에 뛰어넘었다.

이같은 현상은 과거에도 일어난 바 있다. 지난 2019년 정부가 12·16년 부동산 대책을 통해 '9억원'과 '15억원'을 규제 기준으로 삼자, 주요 단지의 매매가가 9억원, 15억원 턱밑으로 몰리는 현상이 일었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 연구원은 "대출 규제를 시세로 차등을 둘 경우, 해당 가격대를 기준으로 키 맞추기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라고 전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