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유통

'쿠팡이 쏘아올린 공' 13년 묶인 대형마트 새벽배송 풀리나…'3파전' 윤곽

이정화 기자,

김윤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5 16:43

수정 2026.02.05 16:43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하역장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하역장에서 직원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13년간 유지됐던 대형마트 새벽배송 금지 규제를 풀어주는 법 개정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며 유통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해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로 불거진 이른바 '쿠팡 사태'를 계기로 플랫폼 규제와 오프라인 유통 지원을 병행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확산되면서 정치권이 그간 손대지 못했던 '규제 대못'을 해소하려는 기류가 강해지고 있다. 대형마트가 새벽 배송 경쟁에 합류하면 쿠팡이 주도해 온 시장에 대형마트와 네이버 쇼핑이 가세한 '3파전' 구도가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마트 "최소 경쟁조건 마련"

5일 업계에 따르면 여당을 중심으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 제한을 완화해 새벽 배송을 허용하는 방향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추진되고 있다. 전통시장 보호를 명분으로 도입된 현행 규제가 결과적으로는 특정 이커머스 플랫폼에 유리한 경쟁 환경을 고착화시켰다는 인식이 정치권 안팎에서 확산된 데 따른 변화로 풀이된다.



유통산업발전법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 확산에 따른 전통시장 침체 논란 속에 도입됐다. 2012년 법 개정을 통해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영업시간 제한과 월 2회 의무휴업이 시행됐지만, 이후 온라인 중심으로 유통 환경이 급변하면서 오프라인만 규제를 적용받고 이커머스는 새벽 배송을 확대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비판이 이어져 왔다.

이 같은 규제 완화 논의는 이해관계 충돌로 번번이 진전을 보지 못했지만, 이번 쿠팡 사태를 계기로 다시 동력을 얻는 모습이다.

대형마트 업계는 대체로 환영하는 분위기다. 업계 관계자는 "의무휴업이나 출점 규제는 한 번에 풀기 어렵지만, 영업시간 규제는 이커머스의 혜택으로만 이어졌다"며 "대형마트도 새벽배송 경쟁에 참여할 최소한의 조건이 마련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마트 업계는 기존 점포 인프라를 활용한 새벽 배송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은 점포 내 온라인 주문을 처리하는 피킹·패킹(PP) 센터를 이미 다수 구축해 둔 상태다. 이마트는 전국적으로 이마트 157개, SSM인 이마트 에브리데이 240개를 포함해 397개의 PP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롯데마트는 70개, 홈플러스도 311개(대형마트 111개+익스프레스 290개)의 PP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규제 완화시 별도의 대형 물류센터 투자 없이도 주간 배송을 새벽 시간대로 확장할 수 있는 인프라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새벽 배송은 새로운 사업이라기보다 운영 시간대를 늘리는 개념"이라며 "점포와 SSM을 합치면 비수도권까지 커버 가능한 배송 거점이 형성된다"고 말했다.

SSM 업계도 이번 논의를 오프라인 유통 전반의 영업 환경 정상화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다만 대형마트처럼 본격적인 새벽 배송보다는, 영업 외 시간에 퀵커머스 인프라를 연계해 배송 선택지를 넓히는 방식에 무게를 두고 있다.

"새벽배송 시장, 3파전 될 것"

반면 이커머스 업계는 파급력을 제한적으로 보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새벽 배송은 장기간 축적된 물류·인력 투자 영역"이라며 "규제가 풀린다고 해서 경쟁 구도가 단기간에 바뀌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를 유통 시장 경쟁 구도 변화의 출발점으로 평가한다. 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새벽배송 시장 중장기적으로는 대형마트, 쿠팡, 네이버 쇼핑이 맞붙는 3파전 구도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며 "이번 조치는 단순한 배송 시간 확대가 아니라, 유통 채널 간 힘의 균형이 다시 조정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도 "새벽 배송은 이미 표준 서비스로 자리 잡은 만큼, 대형마트 합류는 경쟁 복원 신호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대형마트 새벽배송 금지 규제 완화는 아직 당정의 공식 합의 단계에는 이르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동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별 입법을 준비 중이지만, 중소벤처기업부가 전통시장·소상공인에 미칠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면서 상생 방안을 포함한 추가 검토가 필요하다는 기류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정치권 안팎에서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견제 필요성이 커진 만큼, 새벽배송 규제 완화 논의 자체는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clean@fnnews.com 이정화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