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업계, 메모리 공급난에 중국산 조달 방안 검토
위탁생산업체(EMS)까지 동원해 메모리 조달처 확대
중국 CXMT·YMTC, 점유율·생산능력 키우며 글로벌 영향력 확대
위탁생산업체(EMS)까지 동원해 메모리 조달처 확대
중국 CXMT·YMTC, 점유율·생산능력 키우며 글로벌 영향력 확대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HP과 델 등 주요 PC 제조사들이 메모리 반도체 품귀현상에 중국 반도체 업체들로부터 제품을 조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닛케이아시아가 5일 보도했다.
닛케이아시아는 이날 사안에 정통한 복수의 관계자들을 인용해 HP가 중국 최대 메모리 반도체 제조업체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제품에 대한 품질 인증 절차를 시작했다고 전했다. 전세계적인 메모리 반도체 공급난으로 비용 상승과 제품 출시 차질이 이어지자 공급망 다변화에 나선 것이다.
HP는 올해 중반까지 메모리 반도체 공급을 지켜보며 DRAM 공급난과 가격 급등이 계속될 경우 미국 이외 지역에서 처음으로 CXMT 제품을 채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델 역시 올해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계속 상승할 가능성에 대비해 CXMT의 DRAM 제품에 대한 인증 절차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인증 절차를 진행한다고 해서 반드시 해당 제품을 사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러나 복수의 PC 제조사들은 중국 업체를 소비자 가전 업계의 '구세주'가 될 수 있는 잠재적 공급처로 보고 있다.
현재 마이크론,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기존 메모리 반도체 강자들이 엔비디아, 구글, 아마존 등 인공지능(AI) 대형 고객사에 물량을 우선 배정하면서 수익성이 낮고 가격에 민감한 소비자 가전 시장은 심각한 공급난에 직면한 상태다.
■공급난 속 中에 눈 돌리는 PC업계… EMS 역할도 확대
메모리 반도체 품귀 현상은 중국 전자제품 위탁생산업체(EMS)들에게 공급망 내 역할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일부 브랜드들은 이들 EMS에 메모리 부품 공급처 확대를 지원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세계 PC 시장 6위 업체인 에이서는 최근 수년간 중국 위탁생산업체들에 설계와 생산을 의존하고 있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다. 중국 위탁업체들이 중국산 메모리를 조달할 경우 이를 사용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제이슨 첸 에이서 회장은 최근 기자들에게 "중국 공급업체들의 신규 생산능력이 가동되면 (메모리 공급난)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계 5위 PC 업체인 에이수스 역시 중국 생산 파트너들에게 일부 노트북 프로젝트에 메모리 조달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에는 PC 제조사들이 CPU, 디스플레이, 메모리 등 핵심 부품의 조달을 직접 통제하고 EMS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부품 조달과 조립만 담당했다. 한 공급망 관련 임원은 "전세계적인 메모리 부족 사태 속에서 이같은 구도가 바뀌고 있다"며 "PC 제조사들이 이제는 위탁생산 파트너들이 보유한 자체 공급망 네트워크를 활용해 메모리 조달처를 넓히길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CXMT·YMTC 급부상..시장 존재감 빠르게 확대
메모리 반도체 생산은 그동안 한국, 미국, 일본 소수 기업들이 주도해 왔지만 최근에는 중국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CXMT의 DRAM 매출 기준 글로벌 점유율은 약 5%까지 확대됐다. 낸드 메모리 반도체 업체인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의 낸드(NAND) 점유율은 2025년 약 10%에 달했다. 연구기관 욜그룹에 따르면 웨이퍼 생산능력 기준으로는 CXMT와 YMTC 모두 10%를 넘어섰다.
CXMT의 제품은 화웨이, 샤오미, 오포, 비보 등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과 레노버 등 PC 업체, 바이트댄스와 알리바바 클라우드 등 클라우드 사업자들에게 채택됐다.
YMTC는 미국의 수출규제 명단에 올라 있음에도 낸드 시장 점유율 상위 업체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대만에서 ‘즈타이(ZhiTai)’ 브랜드의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제품을 출시했으며 싱가포르·필리핀·태국에서는 티몰(T-Mall)을 통해 SSD를 판매하고 있다.
■'물 들어올 때 노젓자' 증설 나선 中 반도체
중국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은 선두 기업들과 격차를 좁히기 위해 과감한 증설에도 나서고 있다.
CXMT와 YMTC는 역대 최대 규모의 생산 설비 증설을 계획하고 있다.
CXMT는 상하이 공장의 생산 역량을 허베이의 생산 거점보다 2~3배 이상 확장해 서버·컴퓨터·자동차용 DRAM을 양산할 계획이다.
YMTC도 우한의 신규 제조시설 양산 시점을 앞당긴다는 구상이다. YMTC는 특히 낸드 외에 모바일용 DRAM인 LPDDR5 시장에도 뛰어들었다.
한국 기업들이 우위를 보이는 HBM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고 있다.
CXMT는 상하이 공장에 HBM 생산 라인을 확대할 계획이다. YMTC는 중국 조립사와 함께 HBM도 생산하기로 했다.
CXMT와 YMTC 모두 올해 내 상하이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어 상장 시 추가 투자를 위한 자본금 확보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의 MS 황 연구 디렉터는 "중국의 낸드 산업은 이미 규모의 경제를 달성해 영업현금흐름을 통해 지속적인 투자가 가능해졌다"며 "DRAM도 가까운 시일 안에 같은 길을 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중국 업체들의 부상은 향후 업황이 하락 국면으로 전환될 때 그 영향력이 더욱 커질 수 있다"며 "앞으로 메모리 시장의 혁신은 AI 중심의 기술 경쟁뿐 아니라 비용 효율성을 둘러싼 치열한 경쟁에 의해 좌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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