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무기감축조약 15년만에 종료
러, 뉴스타트 1년 연장 제안했지만
트럼프 정부, 만료일까지 묵묵부답
美 "새 합의" 추진에… 中은 "불참"
러, 뉴스타트 1년 연장 제안했지만
트럼프 정부, 만료일까지 묵묵부답
美 "새 합의" 추진에… 中은 "불참"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세계 최다 핵무기 보유국인 미국과 러시아 간 유일한 핵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조약(New START·뉴스타트)이 5일 종료됐다. 두 나라의 전략 핵무기 수를 제한하고 검증해 온 조약의 폐기로 핵무기 보유국 간 군비 경쟁이 과열되고 긴장 고조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조약 만료 시점인 이날 러시아의 뉴스타트 1년 연장 제안에 반응하지 않았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성명에서 뉴스타트 시한 종료를 선언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성명에서 뉴스타트 조약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반세기 넘게 지나 처음으로 우리는 러시아와 미국의 전략 핵무기에 대한 어떠한 구속력 있는 제한도 없는 세계에 직면하게 됐다"며 후속 조치 합의를 촉구했다.
2011년 2월 5일에 발효한 뉴스타트는 당초 기간이 10년이었으나 양국이 5년 연장해 이날까지 효력이 발생했었다. 이 조약은 러시아가 2022년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양국 간 불신이 커지면서 수년간 불안정한 상태였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23년 2월 우크라이나 전쟁 책임이 서방에 있다고 주장하며 뉴스타트 참여 중단을 선언했다. 이에 당시 미국 바이든 행정부도 정보 공유와 핵시설 사찰 허용 등을 중단하며 맞대응했다. 다만 러시아는 참여 중단을 선언한 이후에도 조약의 핵심인 핵무기 숫자 제한은 지키겠다고 주장해왔다.
미국은 러시아가 핵탄두 숫자에 대한 검증을 허용하지 않아 준수 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면서도 지난해 1월 의회에 제출한 연례보고서에서 러시아의 조약 위반이 현재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을 위협하지는 않는다고 규정했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조약 만료 이후에도 1년간 핵무기 숫자 제한을 준수하겠다며 미국에도 상응 조치를 제안했다.
■트럼프, 중국 포함한 새 합의 추진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뉴스타트 만료 이후 아예 새로운 핵군축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이 참여하지 않는 양자만의 협의는 전혀 의미가 없으며 중국의 핵 역량을 확장시킬 따름이라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8일 공개된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만료되면 더 나은 합의를 할 것"이라며 "참여국이 더 관여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중국 등 다른 핵보유국까지 아우르는 핵군축 합의를 할 수 있다는 것인데 특히 중국이 중요한 고려 요인이다. 마코 루비오 국무부 장관도 4일 "대통령은 중국을 포함하지 않고는 21세기에 진정한 군비 통제를 이루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분명히 밝힌 바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중국은 미국·러시아와의 핵전력 불균형을 내세우며 3자 핵군축 협상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뜻을 확실히 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5일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을 포함한 핵군축 협상 가능성에 대해 "중국의 핵 전력은 미·러와는 전혀 같은 차원에 있지 않다"며 "현 단계에서는 핵군축 협상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중국 "현 단계서 협상 참여 않겠다"
그는 뉴스타트 종료에 유감을 표하면서 "이 조약은 글로벌 전략적 안정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으며, 국제사회는 조약의 효력 상실이 국제 핵 군비통제 체계와 글로벌 핵 질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을 보편적으로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중국의 핵무기 수는 아직 미국과 러시아에 비해 많이 적지만 빠르게 늘고 있다. 중국은 2024년에 핵탄두 약 600기를 보유하고 있으며 2030년에는 1000기가 넘을 것으로 미국 국방부는 작년 12월 공개한 중국 군사력 보고서에서 추산했다. 미국 내에서는 러시아와 중국의 핵전력을 동시에 상대해야 할 가능성을 경계하면서 미국만 핵군축 조약으로 손발을 묶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상황이다. 반면 러시아는 핵군축 대화를 확대하면 미국의 동맹인 영국과 프랑스도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pride@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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