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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0세대가 움직인다' 다카이치 현상이 흔드는 日 정치 지형[재팬 인사이드]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7 12:58

수정 2026.02.08 04:49

보수·진보 넘어 정치를 고르는 방식 변화
경제 불안, 정보 경로, 세대 갈등 등 다차원적 정치 선택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출처=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 출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일본 정치의 공기가 달라지고 있다" 일본 최초의 여성 총리 다카이치 사나에가 젊은층으로부터 전례 없는 지지를 받으며 오는 8일 중의원 총선거에서 압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전임 총리들이 끝내 넘지 못했던 '젊은 세대와의 거리'를 빠르게 좁히며 자민당 지지율까지 끌어올리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기 현상이 아니라 일본 정치 지형의 구조적 변화를 시사한다.

■'일본이 바뀌고 있다'는 기대감
다카이치 현상의 출발점은 정책 이전에 '변화의 체감'이다. 남성 일색이던 일본 정치권이 다카이치 총리 탄생을 계기로 전통에서 혁신으로 넘어왔다는 평가다.



다카이치는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삽입곡 '골든(Golden)'을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드럼으로 연주하고, 이탈리아 총리 조르자 멜로니와는 셀카를 찍는다. 전임 총리들이 구(舊) 재계 엘리트들과 비공개 만찬을 중시해 왔다면 다카이치는 집에서 정책 공부를 하는데 저녁 시간을 쓴다.

그 결과 그녀가 사용하는 핸드백과 펜까지 '시대 정신을 포착한 아이템'으로 소비되며 주문이 급증하고 있다. 정치인의 일상과 취향이 젊은 세대의 문화 소비와 연결되는 현상은 과거 일본 정치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장면이다.

'사나카츠(サナ活)'라는 신조어도 나왔다. 아이돌 팬 활동을 뜻하는 '오시카츠(推し活)'에서 파생된 이 표현은 다카이치를 하나의 정치적 '대상'이 아니라 응원하는 존재로 소비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같은 분위기는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난다. NHK가 다카이치 취임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 18~39세 지지율은 77%에 달했다. 이는 취임 초기 이시바 시게루(38%), 기시다 후미오(51%)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높다.

최근에는 18~29세 지지율이 90%에 육박하기도 했다.

지난달 말 닛케이-TV도쿄 여론조사에서 다카이치 내각의 전체 지지율은 67%였다. 이 중 20대 84%, 30대 78%가 다카이치를 지지했다. 반면 70세 이상은 53%에 그쳤다. 일본 정치에서 그동안 보기 드물었던 '연령 역전형 지지 구조'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중의원 총선거 유세에 열광하는 지지자들. 출처=연합뉴스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의 중의원 총선거 유세에 열광하는 지지자들. 출처=연합뉴스

■'단순·직설' 메시지에 "리더십 느껴져"
전문가들은 젊은 층이 다카이치에 열광하는 이유를 '소통 방식의 변화'에서 찾는다.

하타 마사키 오사카경제대 부교수는 "젊은 유권자들은 단순하고 직설적인 메시지, 그리고 정책을 밀어붙일 수 있는 지도자에게 더 반응한다. 반면 고령층은 합의 중심의 메시지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다카이치가 총리 선거 승리 연설에서 반복한 "일하고, 또 일하고, 계속 일하겠다"라는 표현에 대해 일부 비판이 나왔지만 젊은 층에게는 모호한 정치 언어와 결별한 선언으로 받아 들여졌다.

제일생명경제연구소의 니시노 다케히코 수석연구원도 "다카이치 총리의 말은 매우 명확하고 단정적이다. 단순하고 직설적인 언어가 젊은 세대에 강하게 와 닿는다"고 평가했다.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소통 능력도 젊은 층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다니하라 쓰카사 릿쓰메이칸대 부교수는 "다카이치는 총리가 되기 전부터 이미 강력한 온라인 기반을 구축했다"며 "온라인 콘텐츠 자체가 이전 총리들과 크게 다르진 않지만 오프라인에서의 존재감이 온라인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고 분석했다.

유튜브와 X(옛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는 다카이치 관련 게시물이 넘쳐난다. 공식 계정의 구독자는 유튜브 85만명, X 팔로워 260만명으로 전임 총리인 이시바 시게루를 크게 웃돈다.

정치 데이터 사이트 '센쿄닷컴(Senkyo.com)'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7~11월 다카이치 관련 유튜브 영상 조회 수는 개별 정당을 크게 상회했고 총리 취임 전후로 급증했다. 지난해 10월 총리 취임 당시 관심도는 지난해 여름 참의원 선거에서 급부상했던 참정당의 전성기 때보다 세 배나 높았다.

■세습 정치인 아닌 개천 용?
다카이치의 개인적 서사 역시 큰 매력 요소다.

나라현 출신으로 사무직 직원과 경찰의 딸인 그녀는 부유한 배경이나 정치적 인맥 없이 정치 커리어를 쌓아왔다. 일본의 고도성장기와 거리가 먼 세대에게 특권이 아닌 노력과 근성으로 최고 권력에 오른 스토리가 젊은 층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다.

헝카리 부다페스트 소재 청년연구소에서 연구중인 이케다 와카는 최근 닛케이아시아와 인터뷰에서 "다카이치가 노력으로 총리가 되었다는 사실은 '노력하면 보상이 따른다'고 믿고 싶은 젊은이들에게 하나의 롤모델이 된다"고 말했다.

일본 정치는 세습 정치인 비율이 매우 높은 편이다. 다니엘 스미스 미 펜실베이니아대 부교수에 따르면 일본 국회의원의 약 30%가 세습 정치인이다. 미국이나 독일(10% 미만)보다 훨씬 높다.

다카이치는 스스로를 '일 중심' 인물이라고 밝히면서 구세대와의 친목보다 능력주의를 강조하는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지난 2024년 9월 27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 관련 자민당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사진=뉴시스
지난 2024년 9월 27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 관련 자민당 공식 유튜브 채널 갈무리. 사진=뉴시스

■젊은 층의 보수화인가, 다른 선택 기준인가
보수 성향의 다카이치 총리를 지지하는 것이 1020세대의 우경화, 또는 보수화를 의미하는지는 불확실하다.

니시노 수석 연구원은 "다카이치가 총리에 임명되기 전부터 지지해온 보수 성향의 '딥한 사나카츠'도 있고 정치에 관심이 없었지만 총리 취임 이후 관심을 갖게 된 팬 문화에 가까운 '라이트한 사나카츠'도 있다"고 설명했다.

데이터를 보면 이 둘의 연결 관계가 더욱 불분명해 보인다. 닛케이-TV도쿄 조사에서 18~29세 중 자민당에 투표하겠다는 응답은 40%, 전체 평균과 동일했다. 다카이치 개인에 대한 지지와 자민당 지지가 분리돼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를 두고 일본 정치가 더 이상 좌·우로 설명되지 않아 다차원적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뉴스 벤처 기업 'JX프레스'와 선거 정보 사이트 '선거닷컴'이 지난해 10월 여론조사를 통해 일본 유권자들에게 보수에서 진보까지 10단계 척도 중 자신의 정치 성향을 표시하도록 한 결과 응답자 중 보수는 28%, 진보 20%, 중도 52%로 나타났다. 일본 유권자의 절반 이상이 스스로를 좌·우 어느 쪽에도 속하지 않는다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요네시게 가즈히로 JX프레스 대표는 "이제 일본 정치는 더 이상 단순한 좌·우, 보수·진보의 1차원 축 위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며 "유권자들의 선택을 좌우하는 새로운 여러 축이 동시에 작동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소득수준·정보획득 경로·세대 갈등이 '새 축'
유권자들을 가르는 새로운 축은 △경제적 상황 △정보 획득 경로 △세대 갈등 등이다.

JX프레스와 TBS가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 직전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들에게 자신의 생활 수준을 7단계로 평가하도록 한 결과 참정당 지지자 중 48%가 최하위로부터 두번째 단계를 선택했다. 이는 다른 정당 지지자들에게서 볼 수 없는 수치였다. 당시 참의원 선거에서 자민·공명 여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며 참패한 반면 군소 우익 정당인 참정당이 14석을 얻으며 약진한 바 있다.

요네시게 대표는 "이는 경제적으로 불안정한 계층일수록 우파의 참정당이든 좌파의 레이와신센구미든 기성 정치권 밖의 정당을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불안정과 안정이라는 경제적 축이 좌·우 이념 축과는 별도로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보 획득 경로라는 축에서는 기존 미디어와 온라인 미디어가 대립하고 있다.

참정당과 국민민주당, 레이와신센구미 지지자들은 유튜브, X, 틱톡 등 온라인 채널을 주요 정보원으로 삼는 경향이 강하다. 기존 정당이 의존해온 신문·TV 중심의 전통 미디어는 이들에게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는 존재로 인식된다.

세대 갈등이라는 축도 작용하고 있다.
JX프레스가 지난해 여름 실시한 조사에서 '일본 정치는 노동 세대보다 고령층을 지나치게 우대하고 있나'는 질문에 응답자의 56%가 동의했다. 일본을 '실버 민주주의'로 인식하는 젊은 유권자들에게는 고령층 중심의 기성 정당들이 오히려 반대해야 할 대상으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요네시게 대표는 "정치인과 언론 모두 이 변화를 정확히 인식하지 못한다면 시대에 뒤떨어진 존재로 인식돼 논의의 장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며 "이것이 우리가 지금 맞이하고 있는 정치 시대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출처=연합뉴스)
(출처=연합뉴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