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서한샘 기자 =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의 공천개입 의혹에 관해 법원에서 연달아 무죄 판단이 나오고 있다. 명 씨와 연루돼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과 오세훈 서울시장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면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창원지법 형사4부(부장판사 김인택)는 지난 5일 명 씨와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명 씨가 처남에게 '황금폰' 등 관련 증거를 숨길 것을 지시한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이 선고됐다.
명 씨는 2022년 6월 국회의원 보궐선거를 앞두고 김 전 의원의 경남 창원 의창 지역구 후보 공천을 도운 대가로 세비 8070만 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재판부는 명 씨의 행위가 김 전 의원 공천 과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은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의 논의를 거쳐 공천이 결정됐다는 점 등을 들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명 씨가 윤 전 대통령 등에게 김 전 의원 공천을 부탁하고 윤 전 대통령이 실제 공천관리위원장에게 연락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에 비춰 명 씨의 활동·노력이 김 전 의원 공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을 수는 있다"고 밝혔다.
다만 "공관위에서 토론을 거쳐 다수결로 공천이 결정됐고 김 전 의원이 여성으로서 우선순위가 있었으며, 대선 기여도도 높았던 것으로 보인다"면서 명 씨가 공천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보지는 않았다.
명 씨와 김 전 의원 사이의 금전 거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명 씨가 총괄본부장 업무에 대한 급여와 채무 변제로 돈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면서 정치자금으로는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공천개입 의혹이 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은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앞서 지난달 28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김건희 여사가 명 씨로부터 무상 여론조사를 제공받은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김 여사가 명 씨의 여론조사 비용에 상당한 재산상 이익을 취했다 볼 수 없고, 김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이 김 여사가 명 씨로부터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은 대가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2021년 3월 명 씨를 만나 여론조사 대가로 김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확언했다면, 명 씨가 이준석 당시 국민의힘 대표와 윤상현 당시 공천관리위원장 등에게 지속해서 김 전 의원의 공천을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봤다.
윤 전 대통령이 '김영선이 경선 때부터 열심히 뛰었으니까 그거는 김영선이를 좀 해줘라 그랬는데 말이 많네, 당에서'라고 말한 점에 대해서도 "실제 공관위에서 그러한 말이 고려된 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김 여사와 명 씨 사건에서 잇따라 무죄 판단이 나오면서 법조계에서는 쟁점이 유사한 윤 전 대통령과 오세훈 시장 사건에도 일정 부분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여론조사 무상 제공 혐의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와 공범으로 지목된 만큼 김 여사에 대한 무죄 판단이 윤 전 대통령 사건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있다.
다만 명 씨 사건의 경우 '공천 대가성'이라는 공통 쟁점은 있지만 윤 전 대통령 사건과 동일 선상에서 보기는 어렵다는 목소리도 있다. 명 씨 사건에서 윤 전 대통령의 공천 개입 여부 자체는 유·무죄 판단의 핵심 쟁점으로 다뤄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 2021년 4·7 서울시장 보궐 선거를 앞두고 명 씨에게 여론조사 결과를 받고 후원자 김한정 씨에게 비용을 대신 내게 한 혐의로 기소된 오 시장 역시 여론조사 비용 대납이라는 별도의 사실관계를 두고 있어 동일 선상에서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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