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럽

美언론 "한국 15위" 악담?... 韓 목표달성, 쇼트트랙 혼성계주에 달렸다 [2026 밀라노]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8 14:06

수정 2026.02.08 14:06

SI “한국 金 3개 15위권”... 외신의 냉정한 ‘짠물’ 전망
운명의 10일 새벽 쇼트트랙 혼성계주... ‘첫 단추’에 130명 선수단 사기 달렸다
“잃을 것 없는 신인의 패기” 괴물 임종언, 밀라노 정조준
“초반 무너지면 92년 악몽 나올수도”... 혼성계주에 ‘올인’
쇼트트랙 임종언(오른쪽)과 심석희가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 연습 링크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쇼트트랙 임종언(오른쪽)과 심석희가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 연습 링크에서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의 막이 올랐다. 전 세계의 이목이 설원과 빙판으로 쏠린 가운데, 대한민국 선수단의 성적표를 가늠할 운명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외신들의 전망은 냉정하다. 하지만 현장의 분위기는 그 '냉정한 숫자'를 넘어설 준비를 마쳤다. 그 분수령은 바로 대회 초반 열리는 쇼트트랙 혼성계주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 매체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SI)’는 8일(한국시간) 이번 대회 전망을 내놓으며 한국이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2개로 종합 15위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캐나다의 스포츠 분석업체 '쇼어뷰 스포츠 애널리틱스(SSA)' 역시 금메달 3개로 종합 14위를 예상했다. 한국 선수단이 목표로 내건 ‘금메달 3개, 종합 10위’와 금메달 수는 같지만, 순위 기대치는 다소 낮다.

외신이 꼽은 금메달 후보는 확실하다. 쇼트트랙 남자 1000m의 ‘신성’ 임종언(고양시청)과 여자 1500m의 ‘에이스’ 김길리(성남시청), 그리고 남자 5000m 계주다. 전통의 효자 종목인 쇼트트랙이 여전히 한국의 메달 밭임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수경 선수단장이 “4~5개도 가능하다”고 자신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플러스알파(+α)가 필수적이다. 그 열쇠를 쥐고 있는 종목이 바로 오는 10일 결승이 열리는 쇼트트랙 혼성 2000m 계주다.

쇼트트랙 대표팀의 '신성' 임종언이 지난 6일(현지시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쇼트트랙 대표팀의 '신성' 임종언이 지난 6일(현지시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혼성 계주는 이번 대회 쇼트트랙 종목 중 가장 먼저 메달 색깔이 결정되는 경기다. 쇼트트랙의 첫 단추를 어떻게 꿰느냐에 따라 한국 빙상의 전체 기류가 바뀔 수 있다.

전문가들은 혼성 계주가 단순한 금메달 1개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고 입을 모은다. 여기서 금맥이 터지면 그 상승세를 타고 개인전과 남녀 계주까지 파죽지세로 이어질 수 있다. 반면, 2022 베이징 대회 때처럼 불운이 겹쳐 메달 획득에 실패한다면 선수단 전체가 심리적 위축을 겪을 수밖에 없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들의 우려도 이 지점에 있다. 체육회 한 관계자는 “혼성 계주가 관건이다. 여기서 금메달이 나오면 쇼트트랙에서만 3개 이상을 바라볼 수 있지만, 첫 단추를 잘못 꿰면 걷잡을 수 없이 어려워진다”며 “쇼트트랙이 초반부터 흔들리면 1992년 알베르빌 대회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메달 레이스 초반의 분위기 싸움이 이번 대회의 승패를 가를 것이라는 냉철한 분석이다.

쇼트트랙 대표팀의 '에이스' 김길리가 지난 6일(현지시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쇼트트랙 대표팀의 '에이스' 김길리가 지난 6일(현지시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훈련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쇼트트랙 대표팀의 최민정이 6일(현지시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훈련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스1
쇼트트랙 대표팀의 최민정이 6일(현지시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훈련 중 생각에 잠겨 있다. 사진=뉴스1

다행히 선수단의 분위기는 밝다. 특히 이번 대회 최고의 ‘라이징 스타’로 꼽히는 임종언의 패기가 돋보인다. 올림픽 공식 홈페이지가 ‘주목할 스타 10인’에 선정한 임종언은 생애 첫 올림픽임에도 불구하고 긴장한 기색이 없다.

그는 라이벌인 윌리엄 단지누(캐나다)와 함께 훈련하며 “잃을 것이 없는 신인의 패기로 밀고 나가겠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최민정, 김길리 등 베테랑과 신예가 조화를 이룬 혼성 계주팀 역시 현지 적응 훈련을 통해 호흡을 가다듬으며 결전의 날을 기다리고 있다.

SI는 혼성 계주에서 한국의 은메달을 예상했다. 하지만 스포츠는 각본 없는 드라마다. 데이터가 예측하지 못한 변수를 만들어내는 것이야말로 올림픽의 묘미이자, 대한민국 쇼트트랙의 저력이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한국 쇼트트랙은 오는 10일, 혼성 계주를 시작으로 열흘간의 대장정에 돌입한다.
과연 한국이 외신의 '짠물 예측'을 뛰어넘어 보란듯이 ‘금빛 질주’를 시작할 수 있을까. 그 해답은 10일 밀라노의 빙판 위에서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