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기자수첩

[기자수첩] 대법원으로 간 담배소송

정상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8 18:18

수정 2026.02.08 18:18

정상희 중기벤처부
정상희 중기벤처부
'담배 속 세 가지 물질 암 회피할 수 있다' '담배는 무해…폐암과 관계 없다' '담배 끊으면 우울증, 골초는 계속 흡연해야' '니코틴 없는 담배, 고혈압 치료에 도움'.

지금 기준으로는 믿기 어렵지만, 1960~1970년대 신문에 실렸던 기사 제목들이다. 당시 사회가 흡연의 위험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었는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담배는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관리하면 괜찮은 기호품에 가까웠다.

당시 담뱃갑의 경고문구도 지금과는 전혀 달랐다. '건강을 위하여 지나친 흡연을 삼갑시다'가 전부였다.

암, 사망, 중독 위험을 직접적으로 경고하는 문구는 1990년대 이후에야 도입됐다. 오늘날처럼 흡연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명확히 알리는 체계는 당시 존재하지 않았다.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시작된 흡연을 두고 법원은 '개인의 선택'이라고 판단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담배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533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에서 1·2심 재판부는 흡연자들이 흡연을 시작할 당시에도 담배의 유해성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봤다. 공단은 패소했고, 소송은 제기된 지 12년 만에 대법원으로 향하게 됐다.

공단의 문제 제기는 흡연으로 인한 폐암, 후두암 등 중증질환 치료비가 건강보험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는 만큼 그 비용을 발생시킨 원인 제공자에게도 책임을 묻자는 취지였다. 흡연이 개인의 선택이라는 이유만으로 사회적 비용까지 모두 개인에게 귀속시키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한 질문이다. 이 소송을 지지하는 국민 서명에는 150만명 이상이 참여했다.

1·2심 재판부의 판단과 당시 현실 사이에는 분명한 간극이 있어 보인다. 담배는 국가재정의 주요 세원이었던 특수성도 있다. 언론, 제도, 사회 어디에서도 지금과 같은 수준의 위험 신호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선택이 온전히 개인의 몫이었는지에 대해 생각해 볼 여지가 충분한 이유다.

대법원 판단에서 공단 패소가 확정될 경우 법적 논쟁은 정리될 것이다. 동시에 1960~1970년대 사회가 담배를 어떻게 받아들였는지, 그 시대적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 역시 이어가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담배소송은 단순한 손해배상 사건이 아니다. 흡연을 개인의 선택으로만 볼 것인지, 아니면 그 선택을 둘러싼 사회적 환경까지 함께 돌아볼 것인지에 대한 마지막 질문에 가깝다.
대법원의 판단은 담배를 넘어 우리 사회가 과거를 어떻게 정리할 것인지를 보여주는 기준점이 될 수 있다.

wonder@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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