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를 억압하지 않으면서도 문제를 해결하는 정교한 해법을 제시하지 않는다. 이에는 머리를 써야 하고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니 '금지'라는 가벼운, 쉬운 처방이 선호되는 것이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또 다른 가벼운 처방 중 하나로 보인다.
먼저, EU의 입법이 가져온 부작용이다. EU는 경쟁가능성 확대, 공정성 제고, 소비자 보호 등을 이유로 2022년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을 도입하였다. 현시점에서 볼 때 EU의 입법 취지는 달성되지 못하였다. 실증연구들에 의하면 DMA 시행 후 소비자의 글로벌 플랫폼 이용 행태는 변하지 않았고 온라인 작업의 복잡성만 증가하였으며, 플랫폼 관련 신규 창업과 투자가 감소하면서 오히려 구글, 애플 등 글로벌 플랫폼의 시장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규제 대응책으로 플랫폼들이 사업구조를 변경하자 스타트업 보상 기회가 축소되면서 이들이 시장진입을 회피한 결과다. 글로벌 플랫폼의 거래알선 기능 축소는 서비스 산업 총매출도 감소시키고 있다. 한편 애플 등은 수수료를 인하했으나 소비자의 플랫폼 이용가격은 그대로 유지되고 있고 검색시간 증가, 개인화 추천기능 감소, 지도·여행·쇼핑 등의 통합기능 품질 저하 등으로 인하여 소비자 사용상 복잡성을 키웠다. 소비자 잉여가 줄어든 것이다.
한편 이러한 규제들은 데이터처리 관련 기술 수요를 위축시킴으로써 EU의 데이터 의존 산업들의 매출이 감소토록 함은 물론 관련 무역도 위축시키고 있다. 이러한 규제는 결국 미국과 EU의 플랫폼 기업 간 격차를 확대하고 있는바, 글로벌 시총 톱20 기업 중 미국 기업이 13개 이상인 반면 EU 기업은 스포티파이 1개에 불과하고, 미국과 EU의 벤처캐피털의 온라인 플랫폼 연간 투자액 차이는 민간자료에 의하면 규제가 본격 시행되기 전인 2017년 646억달러에서 2025년엔 1369억달러로 확대되었다.
둘째, 한국은 EU 대비 플랫폼 산업 자립도가 높고 동영상 등 일부 글로벌 플랫폼 의존 분야의 경우 유튜브 등을 통한 해외시장 연결성이 높은 점이다. 글로벌 플랫폼들은 한국의 전략적 중요성을 인식, 콘텐츠, 인력양성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규제 도입 시 글로벌 플랫폼들의 투자는 조정 혹은 축소될 우려가 높다. 시장 규모가 작은 한국은 가변적 투자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투자 축소 시 K팝, 화장품 등 많은 문화 관련 산업의 해외진출 여건이 악화될 우려가 있다.
이러한 점을 감안, 온라인 플랫폼 규제는 입점업체 보호라는 명분에 집착하지 말고 국내외 연구 실증 결과를 충분히 검토하고 분석한 후 신중하게 검토되어야 할 것이다.
정만기 한국산업연합포럼 회장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