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 美꺾고 마지막 불씨 되살려
8일(한국시간) 이탈리아 코르티나 컬링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컬링 믹스더블 예선 6차전. 상대는 강호 미국이었다. 앞서 스웨덴, 이탈리아, 스위스, 영국, 체코에 연달아 무릎을 꿇으며 최하위로 처진 한국에게 이날 경기는 단순한 1승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경기 초반은 한국의 흐름이었다. 1엔드 선취점에 이어 2엔드 스틸(선공으로 득점)에 성공하며 2-0으로 앞서나갔다. 7엔드까지 5-2로 리드하며 손쉬운 승리를 가져가는 듯했다. 그러나 승리의 여신은 쉽게 미소를 허락하지 않았다. 8엔드, 미국의 거센 반격에 대거 3점을 내주며 5-5 동점을 허용했다. 다 잡았던 승리가 손가락 사이로 빠져나가는 듯한 아찔한 순간, 승부는 연장으로 흘렀다.
운명의 연장전. 상황은 불리했다. 미국의 정교한 샷이 하우스를 점령하며 한국을 압박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정영석의 '한 방'이 터졌다. 하우스 중앙을 가로막던 미국의 스톤 3개를 강력한 샷으로 일거에 제거하며 활로를 뚫었다.
마지막 스톤을 쥔 김선영의 손끝이 떨렸다. 파트너가 만들어준 기회, 반드시 성공시켜야 한다는 중압감이 어깨를 짓눌렀다. 깊은 심호흡 끝에 손을 떠난 스톤은 빙판을 미끄러져 하우스 정중앙, 버튼에 정확히 멈춰 섰다. 6-5. 짜릿한 승리가 확정되는 순간이었다.
경기 직후 김선영은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그간의 마음고생을 짐작케 하는 오열이었다. 정영석은 "너무 늦게 이겨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그의 눈시울 역시 붉게 물들어 있었다. 김선영은 "스스로를 너무 구석으로 몰았던 것 같다. 영석이를 믿고 던졌다"며 파트너에게 공을 돌렸다. 정영석 역시 이날 최고의 샷으로 김선영의 마지막 드로우를 꼽으며 환상의 호흡을 과시했다. 비록 1승 5패, 여전히 최하위지만 아직 끝난 것은 아니다. 코르티나의 기적은 지금부터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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