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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인프라·원전·지도 반출… 25% 관세 넘어 실물 협력까지 위협

박지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8 18:52

수정 2026.02.08 18:52

압박 수위 높이는 美
투자 지연을 추가양보 명분 활용
비관세장벽 협상서도 거센 압박
FTA공동위 일정 한달 이상 밀려
에너지인프라·원전·지도 반출… 25% 관세 넘어 실물 협력까지 위협
조현 외교부 장관(위쪽)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 뉴시스 로이터연합뉴스
조현 외교부 장관(위쪽)과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 대표 . 뉴시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이 한국에 대한 25% 관세 재부과를 앞두고 대미투자 합의 이행 속도를 문제 삼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단순히 관세 인상 여부를 둘러싼 공방을 넘어 에너지 인프라 투자와 한국형 원전 사업, 고정밀지도 반출 등으로 협상 테이블에 오르는 사안이 빠르게 늘고 있다. 통상가에서는 미국이 관세를 지렛대로 협상판 자체를 키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정부와 외교 소식통 등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이 약속한 대미투자 프로젝트의 이행 속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거론하며 압박을 이어가고 있다. 정부는 국회 절차와 제도적 준비가 필요하다는 점을 설명하고 있지만, 미국은 이를 협상 지연의 불가피한 사정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추가적인 양보를 끌어내기 위한 명분으로 활용하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협상 과정에서는 미국의 요구가 더 구체적인 분야와 방식으로 좁혀지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에너지 전력망 확충과 관련한 인프라 투자, 한국형 원전 모델을 포함한 원자력 분야 사업, 군사·안보와도 맞물린 고정밀지도 데이터 반출 문제까지 거론되며 협상이 관세를 넘어 실물협력 전반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전언이다. 관세 문제를 단일 이슈로 보기 어려운 이유다.

비관세장벽 논의를 위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 일정이 한 달 이상 지연되고 있는 점도 이런 흐름과 맞물려 있다. 당초 지난해 말 열릴 예정이었던 공동위는 아직까지 구체적인 일정조차 확정되지 못한 상태다. 농산물, 온라인 플랫폼 규제, 지식재산권 등 민감한 사안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 있는 만큼 조율에 시간이 걸리고 있다는 것이 정부 설명이다. 다만 공동위 지연을 단순한 일정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관세와 대미투자 이행 문제를 앞세워 협상 전반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비관세장벽 논의 역시 묶어 협상 지형을 넓히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 정부는 한국이 대미투자 이행을 뒷받침할 대미투자특별법 처리와 함께 농업·디지털 분야 등 비관세 분야에서의 약속 이행도 충분치 않다는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비관세장벽 관련 요구를 다시 협상 전면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해석된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최근 핵심광물 관련 회의 참석을 계기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를 만났다고 밝힌 뒤 "관세 재인상이 초래할 수 있는 파장을 미국 측도 이해하고 있지만, 한국이 비관세장벽과 관련한 사안에서도 보다 진전된 입장을 조속히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전했다. 관세 문제와 비관세 이슈가 분리되지 않고 동시에 압박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통상가에서는 미국의 이 같은 태도 변화에 정치적 요인도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가시적인 대미투자 성과를 조기에 확보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치적 필요가 협상 전면에 반영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 입법·행정 절차와 무관하게, 미국이 자국 정치에 활용 가능한 결과물을 지속적으로 요구할 수밖에 없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시각도 나온다. 눈에 보이는 '내용'을 요구하는 흐름이 강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편 우리 정부는 관세 인상 조치의 철회 또는 최소한의 유예기간을 확보하기 위해 외교·통상 채널을 총동원하고 있다.

aber@fnnews.com 박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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