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아시아/호주

국민 지지 확인한 다카이치… 日 '전쟁 가능 국가' 길 열렸다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8 18:53

수정 2026.02.08 21:32

출구조사 결과 자민당 최대 328석
유신회와 연합땐 302~366석 전망
'강한 일본' 정책 단단한 기반 얻어
'정치 스승' 아베 숙원 자위대 명기
310석 확보해도 당장 개헌 어려워
일본 중의원 선거…與 압승 전망 8일 일본에서 중의원(하원) 선거가 치러진 가운데 눈이 내리는 도쿄 거리에서 자전거를 탄 시민이 후보자 포스터 게시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일본 중의원 선거…與 압승 전망 8일 일본에서 중의원(하원) 선거가 치러진 가운데 눈이 내리는 도쿄 거리에서 자전거를 탄 시민이 후보자 포스터 게시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 일본 집권 자민당이 8일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면서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재정확대 정책과 방위력 증강, 외국인 정책 강화 등 보수색 짙은 정책을 밀어붙일 것으로 예상된다. 연정 파트너인 일본유신회와 합친 의석수가 개헌안 발의선인 310석을 넘을 경우 종전 80여년 만에 사실상 '전쟁 가능 국가'로 나아갈 가능성도 있다.

자민당은 이번 선거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높은 지지율에 힘입어 이시바 시게루 전임 총리 당시 잃었던 단독 과반 의석을 2년 만에 회복할 것으로 기대된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해 10월 취임 당시 이시바 전 총리로부터 중의원과 참의원 양쪽에서 여소야대 구도를 물려받았다. 여기에 26년간 연립을 유지해 온 공명당이 총리 선거 전 연정 이탈을 선언하면서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정국 돌파를 위해 다카이치 총리는 일본유신회를 끌어들여 중의원 과반 의석을 가까스로 맞추긴 했지만 여소야대 상황에서 연립 파트너와 야당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형국이었다.

결국 지난달 '중의원 해산'이란 승부수를 던진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선거 승리로 국민들의 신임을 확인하며 단단한 기반을 얻게 됐다.

이번 승리로 다카이치 총리의 적극재정, 금융완화 정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다카이치 총리는 유세 기간에 '책임 있는 적극재정'을 강조하며 투자를 통해 일본 경제를 성장시키고 '강한 경제'를 이뤄내겠다고 주장했다.

특히 식료품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2년간 0%로 낮추겠다고 공약했고, 엔저에 대해서도 비교적 우호적인 입장을 보였다.

다만 재정 우려가 커지며 국채·외환시장의 불안이 커질 가능성은 우려된다. 실제로 일본 채권시장에서 지난달 20일 한때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2.380%로 2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엔화 약세도 빠르게 진행됐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 5일 장중 달러당 157엔을 넘어섰다.

외교·안보 분야에서는 방위력 강화를 위한 3대 안보문서 조기 개정, 방위장비 수출규제 완화, 국가정보국 창설, 스파이방지법 제정, 헌법 개정 등 보수적 정책이 빠르게 추진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유신회가 매파 성향 정책의 액셀 역할을 자임하고 있어서 이 같은 정책 추진에 탄력이 붙을 수 있다.

다카이치 내각이 전쟁과 무력행사의 영구 포기, 육해공군 전력 보유와 교전권 부인 등을 규정한 헌법 9조를 개정하고 방위력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면 일본은 태평양전쟁 종전 80여년 만에 사실상 '전쟁 가능 국가'로 나아가게 된다.

실제로 일본 헌법 제9조에 자위대를 명기하겠다는 것은 다카이치 총리의 숙원이다. 그는 지난 2일 유세에서도 "그들(자위대)의 자부심을 지키고 확실히 실력 있는 조직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라도 헌법 개정을 하게 해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다카이치의 스승'으로 불리는 아베 신조 전 총리도 2차 집권 당시 자위대 명기를 추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다만 이번 총선에서 여권이 개헌안 발의선을 확보하더라도 당장 개헌에 착수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상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데, 현재 참의원에서는 자민당과 유신회 의석수가 과반이 안 되기 때문이다. 참의원 선거는 2028년에 치러진다.


한편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이재명 대통령과 만나 한일 관계 발전을 확인한 바 있어 양국 간 협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관측되지만, 보수적 외교·안보정책을 빠르게 추진할 경우 대립 관계에 있는 중국 등의 반발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