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올림픽인가, 아니면 본인의 화려한 휴가인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이 막을 올렸지만, 빙판 위 승부보다 경기장 밖 '셀럽 놀이'로 더 뜨거운 선수가 있다. 주인공은 네덜란드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유타 레이르담(27). 그녀의 거침없는 '마이웨이' 행보가 도를 넘어서며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시작부터 요란했다. 국가대표라면 응당 팀 동료들과 함께 결의를 다지며 입국하는 것이 관례다. 하지만 레이르담에게 '팀워크'라는 단어는 사전에 없는 듯했다.
그녀의 SNS는 마치 럭셔리 여행 인플루언서의 계정을 보는 듯했다. 오륜기로 장식된 기내에서 친구들과 파티를 즐기고, 화려한 디저트와 기내식을 배경으로 포즈를 취했다. 국가를 대표해 출전하는 비장함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 "밀라노로 출발"이라는 가벼운 문구와 함께 올라온 사진들은 땀 흘리며 이동한 동료 선수들에게 상대적 박탈감을 안기기에 충분했다.
황당한 행보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전 세계인의 축제이자 올림픽의 시작을 알리는 개막식 현장에 레이르담은 없었다. 컨디션 조절을 위해 불참하는 선수가 간혹 있기는 하다. 하지만 레이르담의 태도는 차원이 달랐다.
그녀는 숙소 침대에 누워 TV로 동료들이 입장하는 장면을 지켜보며 이를 SNS에 생중계했다. 심지어 틱톡에는 개막식에 불참해 초청 가수로 나온 머라이어 캐리의 공연을 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는 뉘앙스의 영상까지 게재했다. 올림픽의 숭고한 가치보다는 '공연 관람'이 더 중요했던 것일까. 이를 지켜본 팬들은 "도대체 왜 올림픽에 왔나"라며 혀를 내둘렀다.
자국 내 여론은 이미 싸늘하게 식었다. 네덜란드의 유명 스포츠 평론가 요한 더르크센은 방송을 통해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그는 "마치 할리우드 디바처럼 행동한다. 정말 끔찍하다"라며 "네덜란드 국민 전체가 그녀의 오만한 행동에 질려가고 있다"고 독설을 날렸다.
하지만 레이르담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쏟아지는 비판에도 보란 듯이 훈련 사진을 공유하고, 약혼자와의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약혼자 제이크 폴 역시 밀라노 현지에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아이스하키 경기를 관람하는 등 여자친구 못지않은 화제 몰이 중이다. 올림픽 현장이 이들 커플의 '연애 리얼리티 쇼' 촬영장이 된 셈이다.
레이르담은 베이징 올림픽 은메달리스트이자 이번 대회 500m와 1000m의 강력한 우승 후보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스포츠는 결과만큼 과정과 태도도 중요하다. '나 홀로 전용기', '개막식 패싱'으로 이미 미운털이 단단히 박힌 그녀가 과연 빙판 위에서 어떤 성적표를 받아들지 귀추가 주목된다.
레이르담은 오는 9일 여자 1000m, 15일 500m에 출격한다. 공교롭게도 한국의 '빙속 여제'를 꿈꾸는 김민선(의정부시청)과 이나현(한국체대)이 그녀의 경쟁자다.
"오만하다"는 비판을 실력으로 잠재울지, 아니면 요란한 빈 수레로 전락해 전 세계의 조롱거리가 될지. 그녀의 스케이트 날 끝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곱지 않은 시선으로 말이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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