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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어야 산다" 빅테크도 휘청…AI 투자 1000조 시대 [김경민의 적시타]

김경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9 11:00

수정 2026.02.09 11:00

FT "올해 AI 인프라에 6600억달러 이상 투자"
투자가 현금흐름 앞질러... 투자레이스 멈추면 도태
주주환원 축소, 보유 현금 소진, 채권·주식 발행 확대 '갈림길'
JP모건 "올해 빅테크 회사채 발행 3370억달러 전망"
챗GPT 제공
챗GPT 제공

[파이낸셜뉴스] "지금 밑 빠진 독에 물을 부어야 나중에 산다."
인공지능(AI) 경쟁이 대규모 설비 투자 경쟁으로 전환되면서 빅테크 기업들의 재무 부담이 빠르게 커지고 있다.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는 올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에 사상 최대 수준의 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투자 규모는 이미 현금흐름의 경계를 넘나들고 있다. 그러나 속도를 늦추는 순간 경쟁에서 밀릴 수 있다.

AI 경쟁은 "얼마나 버틸 수 있느냐"의 치킨게임 국면으로 전개되고 있다.

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알파벳과 아마존, 메타는 올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구축에만 총 6600억달러(약 970조원) 이상을 투입할 계획이다. 실리콘밸리에서는 이번 AI 투자 경쟁이 인터넷 이후 최대 혁신의 물결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례 없는 인프라 확장에 따라 빅테크 경영진들은 주주 환원 축소, 보유 현금 사용, 회사채·주식 발행 확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JP모건은 기술·미디어 기업들의 올해 우량 회사채 발행 규모가 최소 337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최근 빅테크 주가는 대규모 설비투자 계획과 투자 회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급락세를 보였다가 일부 종목만 반등했다. 아마존은 지난 7일 규제 당국 제출 자료를 통해 부채나 주식 발행을 통한 신규 자금 조달 가능성을 시사했으나 구체적인 규모와 일정은 밝히지 않았다. 이 발표 이후 아마존 주가는 하루 만에 5.6% 하락했다.

시장에서는 아마존의 올해 자본적 지출이 2000억달러에 달해 영업활동 현금흐름 추정치인 1800억달러를 웃돌 것으로 보고 있다. 현금 창출 능력만으로는 투자를 감당하기 어려운 구조다.

또 오라클은 지난주 25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해 AI 투자 재원을 마련했다. 이는 오픈AI에 컴퓨팅 파워를 제공하는 3000억달러 규모 계약을 뒷받침하기 위한 조치다.

TD증권은 "향후 한 주 동안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 규모가 최대 800억달러에 이를 수 있다"며 "이는 계절적 평균의 2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AI 모델 학습과 운영을 위한 데이터센터·반도체 투자는 챗GPT, 제미나이, 클로드 등 주요 생성형 AI 서비스 경쟁을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다. 하지만 이 같은 대규모 투자가 그동안 세계 최고 수준의 현금 창출력을 자랑하던 빅테크의 이익 구조를 잠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BNP파리바는 오라클과 알파벳, 아마존, 메타의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영역으로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로서는 마이크로소프트만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다.

메타는 올해 최대 1350억달러의 지출을 제시했는데 이는 시장이 예상한 영업현금흐름 1300억달러와 비슷한 수준이다. 메타는 지난해 10월 창사 이래 최대인 300억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했다.

알파벳은 올해 1950억달러의 영업현금흐름을 통해 1850억달러의 지출을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되지만, 자사주 매입과 배당 재원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알파벳의 장기 부채는 2024년 109억달러에서 지난해 465억달러로 급증해 넉넉한 상황이 아니다.

러셀 몰드 AJ벨 투자 책임자는 "인터넷 기업들이 자산 경량 모델에서 자본 집약적 모델로 이동하고 있다는 우려가 기술주 주가를 압박하고 있다"면서 "현금흐름의 가시성과 예측 가능성이 이전보다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AI 기업들의 설비투자 증가 속도가 매출 성장 속도를 압도하고 있다"며 "그 결과 부채 확대와 자사주 매입 축소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기 주주 수익률을 낮추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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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m@fnnews.com 김경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