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이 정치, 사회적 긴장과 경기 불확실성 속에서 불안한 시간을 보내는 가운데, 올해 슈퍼볼 광고는 위로와 웃음, 그리고 인공지능(AI)에 대한 복합적인 시선을 동시에 담아냈다. 광고주들은 시청자들에게 "서로를 돌보고 잠시 숨을 고르자"는 메시지를 던지는 한편, AI가 이미 일상과 산업 전반을 바꾸고 있음을 전면에 내세웠다. 불안한 시대 분위기가 광고의 정서와 소재 선택에 그대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8일(현지시간) AP통신,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올해 수퍼볼 광고 판매 평균 가격은 약 800만 달러였지만 30초 광고 중 일부는 1000만 달러가 넘는 가격에 팔려 최고가를 기록했다.
고용 솔루션 업체 UKG가 실시한 연례 '슈퍼볼 결근 실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슈퍼볼 다음 날 미국 근로자 약 2620만 명이 출근하지 않을 것으로 추산됐다.
AI가 전면에 선 'AI 볼(AI Bowl)'
올해 슈퍼볼 광고의 가장 분명한 키워드는 단연 AI였다. 메타와 오클리는 AI 기능이 탑재된 스마트 글래스를 통해 '보는 방식' 자체가 바뀌는 미래를 제시했다. 스파이크 리, 마션 린치 등 유명 인사들이 안경으로 영상을 촬영하고 질문에 답하는 장면은, AI가 더 이상 기술 시연의 대상이 아니라 일상 도구가 됐음을 강조한다.
주류 브랜드 스베드카는 AI 스튜디오와 협업해 로봇 캐릭터가 등장하는 광고를 선보였다. 로봇 마스코트가 춤을 추는 설정은 기술에 대한 경계보다는 친근함과 유희를 강조하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반면 AI 기업 앤스로픽은 자사 챗봇 '클로드'에는 광고가 없다는 점을 전면에 내세우며 차별화에 나섰다. 이에 대해 오픈AI 최고경영자 샘 올트먼이 공개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내면서 AI와 광고 모델을 둘러싼 업계 내부의 긴장감도 드러났다.
아마존의 광고는 가장 논쟁적인 사례로 꼽혔다. 크리스 헴스워스가 출연해 AI에 대한 사람들의 공포를 희화화했지만 이 광고는 기업 구조조정으로 1만 6000명 이상이 해고된 직후 방영됐다. 일부에서는 "AI가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다는 불안을 가볍게 다뤘다"는 비판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웃음을 노린 연출이 오히려 AI에 대한 현실적 공포를 강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위로·웃음·향수…AI 밖의 광고들
AI가 전면에 등장했지만, 슈퍼볼 광고의 전통적인 정서 역시 살아 있었다. 스마트 초인종·가정용 보안 카메라 링(Ring)은 이웃들이 초인종 카메라를 활용해 잃어버린 반려동물을 찾는 이야기를 통해 공동체와 연대의 가치를 강조했다. 버드와이저는 클라이즈데일 말이 비를 맞는 흰머리수리 새끼를 보호하는 장면으로 자연과 보호의 메시지를 담았다.
제약사와 헬스케어 기업들은 건강을 전면에 내세웠다. 노바티스는 전립선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는 혈액 검사를 소개했고, 베링거인겔하임은 신장 질환 검진을 독려했다. 노보노디스크는 다수의 유명 인사를 등장시켜 체중 감량 치료제를 홍보했고 원격의료 기업들은 "건강 관리의 접근성을 넓힌다"는 메시지를 강조했다.
웃음을 노린 광고들도 눈에 띄었다. 유명 배우와 가수들이 배달 앱과 스낵 광고에서 과장된 설정과 연기를 선보였고, 코카콜라의 상징인 북극곰이 경쟁사 음료를 마시는 패러디 광고는 브랜드 경계를 허무는 유머로 주목받았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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