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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상태’ 대도시 요양·화장시설···“산업적 기회 만들어야”

김태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0 14:00

수정 2026.02.10 17:21

한국은행 ‘초고령화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발표
서울 노인요양시설 잔여정원 3.4%..화장시설 가동여력은 –11.7%
부동산 비용이 가장 큰 원인..공급 비대도시권으로 편중
‘사회적 부담’ 아닌 ‘산업적 기회’로 전환해야..“인프라는 민간에”
BoK 이슈노트: 초고령화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한국은행 제공
BoK 이슈노트: 초고령화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한국은행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도시를 중심으로 노인요양시설과 화장시설 공급이 수요에 미치지 못 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비용이 높고, 님비(Not In My Backyard·기피시설 반대 현상)가 거센 데 따른 결과다. 한국은행은 기본적으로 이들 시설을 ‘사회적 부담’으로 받아들이기보다 ‘산업적 기회’로 전환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BoK 이슈노트: 초고령화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한국은행 제공
BoK 이슈노트: 초고령화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한국은행 제공
부동산 비용에 대도시 시설 ‘부족’
10일 한은이 발표한 ‘BoK 이슈노트: 초고령화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에 따르면 지난 2024년 기준 서울의 노인요양시설 잔여정원 비율은 3.4%로 집계됐다. 전북(12.4%)의 4분의 1 수준이다.

해당 지표는 중증 노인의 원활한 입소 정도를 나타낸다.

서비스 품질 측면에서도 지역 간 차이가 있었다. 시도별 분석 결과 ‘면적당 생애말기 고령 인구수’가 증가할수록 국민건강보험공단 ‘전체 노인의료복지시설 평가점수’는 낮았다. 고령인구가 많은 지역일수록 되레 복지 수준이 저하돼있다는 뜻이다.

화장시설 역시 대도시권은 만성적인 초과 수요로 과부하 상태다. 2024년 기준 ‘사망자수 대비 화장시설 가동여력 비율’은 서울이 -11.7%인 반면 전북은 116.2%로 충분했다. 특히 화장시설은 님비로 인해 설치에 제약이 크다. 다만 이때 님비는 단순히 지역 이기주의가 아닌 특정 집단이나 지역에 비용이 편중되는 반면 그에 따른 혜택은 전체가 공유하는 ‘비대칭’에 기인한다.

이 같은 공급 여력 차이는 유족의 장례절차에 직결되는 ‘3일차 화장률’ 격차로도 이어진다. 면적당 사망자수가 1명 미만인 경북, 충북, 전북 등은 3일장이 가능한 3일차 화장률이 80점대였다. 전자가 4명 이상인 서울의 점수는 50점대에 그쳤다.

이 같은 수요·공급 불일치가 유지되면 지역 간 불균형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실제 2024년에서 2050년 동안 서울 ‘면적당 생애말기 고령인구수’는 ㎢당 83.4명 늘어나 전북(1.3명) 대비 60.7배 높은 증가폭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시설 부족은 비단 당사자인 노인만의 문제가 아니다. 부양자들에게까지 부담이 파급된다. 장시령 한은 경제연구원 미시제도연구실 과장은 “노인요양시설 부족은 돌봄 가족의 노동시장 이탈과 소득 손실을 초래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며 “돌봄 제공자의 취업 확률은 6.2%p 낮고 은퇴 확률은 4.8%p 높게 나타났다”고 짚었다.

BoK 이슈노트: 초고령화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한국은행 제공
BoK 이슈노트: 초고령화사회와 생애말기 필수산업의 활성화. 한국은행 제공
■서울에 지으려면 돈이..
이런 문제는 국내 ‘준시장’ 체계에서 출발한다. 이는 정부가 단일 구매자로서 민간 공급자를 관리하는 형태인데, 민간보험에만 의존할 경우 고위험군만 가입하는 역선택이 누적될 수 있어 의무가입 방식의 사회보험을 통해 위험을 분산시키겠단 의도다.

하지만 정부는 이 같은 구조에서 장기요양등급과 이용일수에 따라 모든 시설에 동일 금액을 지급하는 ‘일당 정액수가제’를 적용하고 있다. 문제는 이 제도가 지역 간 부동산 비용 차이를 반영하지 못 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3·4분기 서울의 중대형 상가 임대료(1층 기준)는 ㎡당 5만6000원으로 경기(2만7000원)의 2배 이상이다. 경남(1만6000원)과 비교하면 약 3배다.

장 과장은 “이러한 지역 간 부동산 비용 차이는 ‘토지·건물 소유권확보 의무’와 맞물려 노인요양시설 설립 시 부담하는 초기 자본비용 격차를 확대하는 요인”이라며 “이외 인력 고용, 식자재, 의료소모품, 안전시설 설치, 집기 구비 등의 비용까지 감안하면 대도시권에선 경영 이익이 크게 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에 장 과장은 공공의 체계적 관리를 전제로 규제 체계를 정비하고 인센티브 구조를 재검토해 민간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향후 25년 간 생애말기 고령인구가 2배 증가하는 상황에서 공공 재정만으론 한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장 과장은 “정부는 관리·감독과 취약계층 지원에 집중하고 인프라 확충과 혁신은 민간에 맡겨 급증하는 수요를 ‘사회적 부담’이 아닌 ‘산업적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구체적으로 요양 서비스는 현행과 같이 공적으로 보장하되 토지·건물 소유에 따른 기회비용인 ‘귀속임대료’는 법적 비급여 항목으로 분리해 이용자가 부담하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하자고 제시했다.

장 과장은 “대도시의 높은 부동산 비용이 보전돼 안정적 공급 유도가 가능하다”며 “일부 이용자 부담을 보완하기 위해선 ‘사전 저축제도’나 주택연금 연계” 등을 병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화장시설 관련해선 병원 장례식장 내에 소규모로 짓는 방안을 언급했다.
장 과장은 “기존 공간을 활용한 소규모·분산형 공급 방식으로 심리적 거부감과 ‘혜택 전체 공유·비용 일부 집중’ 구조를 완화할 수 있다”며 “임종-장례-화장을 한 공간에서 마무리해 유족 편의를 높이고 시설 분포의 불균형을 해소해 지역 갈등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