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손실 11조 vs 이익 2조"… 노봉법, 한국 투자 걸림돌 되나 [노란봉투법 한달 앞으로 (상)]

김동찬 기자,

김준혁 기자,

김학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9 18:19

수정 2026.02.09 18:19

"파업 늘고 투자 줄면 GDP 감소"
전문가 "이득보다 부담 클것" 분석
한쪽에선 "투자이탈은 기우일 뿐"
새로운 노사문화 기대 목소리도
"손실 11조 vs 이익 2조"… 노봉법, 한국 투자 걸림돌 되나 [노란봉투법 한달 앞으로 (상)]
파업한 노조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줄이고, 사용자인 원청의 교섭 책임 범위를 확대 적용할 수 있도록 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내달 10일 시행되면 시행착오는 불가피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고용노동부가 관련 시행령과 지침을 마련했으나 노사 양측 모두에서 불만이 제기된 상태다.

새로운 노사문화가 전개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있지만 법 시행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 역시 구체화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노란봉투법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연간 최소 4조원 안팎에서 최대 15조원을 넘길 수 있는 반면, 경제적 편익 규모는 최대 2조원 수준에 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에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노조 권한은 여전히 낮은 수준이어서 투자 여건 악화는 기우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경제적 부담 늘지만 이득은 미지수

9일 김기승 부산대 경제학부 교수가 분석한 '노조법 개정안의 경제적 파급효과: 비용과 편익의 균형적 검토'에 따르면 경제적 부담 시나리오에서는 연간 약 10조9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고, 경제적 편익 시나리오에서는 연간 최소 2조원에서 2조3000억원의 이득이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경제적 부담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국내총생산(GDP) 감소다. 노사 불확실성이 높아질 경우 기업들이 투자를 유보할 수 있고, 투자율이 1%p 하락하면 GDP 성장률이 약 0.3~0.4%p 떨어질 수 있다는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을 적용해 김 교수는 단순 투자 축소분 6조7000억원에 각종 파생 변수를 반영할 경우 연간 10조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직접투자 감소에 따른 약 4000억원의 투자 손실과 파업 빈도 확대에 따른 공급망 차질 및 납기 지연 등 간접 손실도 연 5000억원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파이터치연구원은 파업 시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정도에 따라 실질 GDP가 3조8000억~15조2000억원 감소할 수 있고, 실질 설비투자도 4000억~1조4000억원가량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경제적 편익과 관련해 김 교수는 손해배상 리스크 감소로 장기적으로 기업의 생산성이 향상돼 연간 1조3700억원 규모의 생산성 증가가 기대되고, 노조 근로자들의 연간 6500억~9140억원 규모 내수진작 효과도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그러나 파이터치연구원은 총실질소비가 100억~400억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김 교수는 "노조나 근로자 측의 요구가 더 강해지면서 분쟁 강도가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국내 기업뿐 아니라 해외 기업들도 한국 투자에 대해 신중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도 "파업이 증가하고 파업 일수가 늘어나면 발생하는 손실이 예상보다 클 수 있다"며 "노란봉투법은 투자 여부를 망설이는 기업에는 철회의 계기가 될 수 있고, 이미 손실을 보고 있는 기업에는 철수 명분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여전히 해외 대비 투자 여건 양호"

이 같은 추정치에도 불구하고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대규모 투자 이탈이나 심각한 경제적 손실이 현실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실제 OECD 국가들과 비교할 때 우리나라의 노조 권한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어서 투자 여건이 여전히 양호하다는 주장이다. 이에 따라 노란봉투법에 대한 일부 비판은 다소 과장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상희 건국대 로스쿨 교수는 "투자 여력을 갖춘 기업들의 국적은 대체로 OECD 체제 안에 있는 국가일 텐데 그 정도의 제도 변화를 감당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며 "다른 OECD 국가들은 우리나라보다 노조에 더 큰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만큼, 적어도 노사관계 측면에서는 우리나라의 투자 여건이 여전히 좋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국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라는 지적은 수십년간 이어져 왔지만, 실제로는 새로 진입하는 기업들도 꾸준히 있다"며 "반대 측 논리 역시 다소 과장된 측면이 있다.
노란봉투법이 외국 기업의 한국 투자 결정에 결정적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김준혁 김동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