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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로] 정부, 석화·철강 구조조정 관심 있나

구자윤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9 18:20

수정 2026.02.09 18:20

구자윤 산업부 차장
구자윤 산업부 차장
작년 5월 중국 선전 출장을 갔을 때 한국 제조업의 미래가 결코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예전 용산전자상가를 떠올리게 하는 상가에서 판매되던 이른바 '차이슨' 헤어드라이기는 1만7000원 수준이었고, 국내 온라인몰에서 2만5000원에 팔리는 휴대용 선풍기는 현지에서 7000원에 불과했다. 가격만 싼 것이 아니라 완성도도 상당해 문제는 비용이 아니라 구조라는 생각이 들었다.

퇴근 시간대 선전 도심에서 시승한 자율주행차량도 인상적이었다. 혼잡한 도심에서도 자연스럽게 주행하는 모습은 기술이 이미 실증 단계를 넘어 일상으로 진입했음을 보여줬다.

한국 제조업의 위치를 다시 묻게 되는 순간이었다.

이 질문은 전자·정보기술(IT) 산업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석유화학과 철강 역시 원가 경쟁력과 설비 규모, 기술 축적이 생존을 좌우하는 전형적인 제조업이다. 글로벌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도 중국은 나프타분해시설(NCC) 증설을 이어가며 석유화학 산업의 공급과잉 압박을 키우고 있다. 석유화학 산업의 수익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3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고 범용 NCC는 구조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했다.

철강 역시 조강 수요 정체와 중국발 공급 압박, 글로벌 보호무역주의 강화라는 삼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여기에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환경 규제까지 더해지며 구조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됐다.

정부도 설비 감축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다. 정부는 국내 NCC 감축 목표로 270만~370만t을 제시했으며 철근 설비 조정 논의도 테이블에 올라와 있다. 문제는 감축 논의와 실행이 지연되는 사이 중국이 시장을 더욱 잠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 설비를 줄이더라도 글로벌 공급은 오히려 확대될 수 있는 구조다.

정부는 석유화학 산업 재편 심의를 진행 중이며 금융·세제 지원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강제하기는 어렵다 해도 속도와 방향에 대한 신호까지 흐릿해서는 안 된다. 정책의 초점이 '유지'에 머문 채 시간 벌기식 대책이 반복된다면 경쟁력 회복은 요원하다.

중국 제조업이 가격과 기술 양쪽에서 동시에 치고 나오는 상황에서 이런 접근은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
석유화학과 철강은 더 이상 과거의 방식으로는 버틸 수 없는 산업이다. 선전에서 마주한 장면은 경고에 가깝다.
정부가 시간을 지체하는 사이 구조조정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시장이 이미 강요하고 있다.

solidkjy@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