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사회적 양극화를 해결하는 주요 수단으로 사회연대경제가 급부상하고 있다. 첨단기술만이 칭송받는 지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새로운 경제 모델이 속속 출현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뒤처져 있는 사람들과 물자에 자원을 투입해 유용한 결과를 창출하는 것이 새로운 흐름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동안 첨단기술과 대규모 자본에 편중된 시각에 균열을 일으키고 있다. 사회적협동조합, 마을기업 등 다양한 사회적 기업을 통해 가치 창출의 체계를 만드는 현장이 각광받는 것도 그래서다. 특히 1만개가 넘는 마을기업이 생길 정도로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의 열풍은 지속되고 있다.
그렇지만 사회연대경제는 아직 정체성이 모호하고 법적 근거가 부족해 정부 지원에 따라 지속성이 좌우되는 운명을 겪었다. 주로 이들 기업은 먹거리에 편중된 사업모델과 자본의 부족으로 지속경영이라는 측면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는 평가다.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이유다. 정부는 법제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생태계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법 제정 이후에도 재정적 지속가능성 확보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과 단순 지원을 넘어 자립적 구조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가 만만치 않다. 특히 시민사회와 기업의 인식 확산이 뒤따라야 실질적 효과가 나타난다는 점에서 추후 해결해야 할 목표 설정이 중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연대경제에 걸맞은 정체성 확립 여부다. 아직까지 사회연대경제가 무엇인지 사회적으로 확립된 정의는 명확하지 않다. 정체성이 모호할 경우 혼란만 가중되고 명확한 정책 목표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다.
이런 측면에서 지난 2017년부터 사회연대경제에 주목해 온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의 행보에 관심이 쏠린다. 최근 사회연대경제 전도사를 자처하며 발벗고 나서고 있다. 그는 국회의원 시절 여러 차례 사회연대경제 관련 법안을 발의하거나 공동발의에 참여해 주목을 받았다. 국회 내 사회적경제포럼 활동을 통해 협동조합·사회적기업·마을기업 등 다양한 조직을 제도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2023년 유엔총회에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이 만장일치로 채택되고 2025년 두 번째 세계협동조합의 해로 지정되는 등 국제적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것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무엇보다 행안부가 추진하고 있는 '사회연대경제기본법' 제정에 정체성을 분명히 정의할 수 있는 명확한 내용과 목표가 담겨야 한다.
이탈리아의 트렌티노, 캐나다의 퀘벡 등은 사회연대경제가 잘 발전된 곳으로 모두 높은 수준의 소득과 복지를 향유하는 도시로 유명하다. 특히 세계적인 금융위기 불황 속 사회연대경제의 효과는 더욱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이번 정부에서 사회연대경제를 국정과제로 설정한 것도 이런 효과 때문이다. 2009년 당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은 "협동조합은 가치에 기반하고 있다는 명확한 사실 때문에 경기가 나쁜 어려운 시절에도 더욱 생존력과 회복력이 강한 비즈니스라는 것을 증명했다"고 말했다. 민간의 자생력은 사회연대경제의 핵심 원리다. 이를 해치지 않으면서 민간의 자생력을 살리는 정책 설계를 어떻게 만드느냐가 정책 성공 여부의 가늠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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