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보험

5세대 실손 보험료 30% 낮추고 도수·영양주사 보장 축소 [실손보험 대수술 (상)]

홍예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09 18:24

수정 2026.02.09 18:24

무분별한 비급여 반복 청구
1~4세대 손해율 130~140%
5세대 중증 비급여 보장 강화
3·4세대 가입자는 자동 전환
5세대 실손 보험료 30% 낮추고 도수·영양주사 보장 축소 [실손보험 대수술 (상)]
'병원비 걱정 없는 보험'이던 실손보험이 5세대까지 진화한 것은 일부 가입자, 의료기관의 무분별한 비급여 반복 청구가 손해율을 끌어올리며 보험 구조를 흔든 영향이 크다. "실손 있나요?"라는 질문에 맞춰 도수치료나 체외충격파, 영양주사 등 과잉치료가 비일비재하게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는 단순한 상품 업그레이드가 아닌, 보험 운영체계 자체를 재설계한 5세대 실손보험을 오는 4월 선보일 예정이다. 과잉 의료를 막고, 지속가능한 보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대대적인 개편이 이뤄지는 것이다.

■실손 20년 진화과정은

9일 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은 지난 2003년 전후 등장한 1세대 상품에서 출발했다.

당시 실손은 자기부담금이 거의 없고, 비급여 항목까지 폭넓게 보장해 '병원비 걱정 없는 보험'으로 자리 잡았지만 곧 한계를 드러냈다.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을 억제할 장치가 없었던 것이다. 2009년 도입된 2세대 실손은 약관 표준화와 자기부담금 도입을 통해 관리 장치를 마련했지만 비급여 전반을 포괄 보장하는 구조는 유지됐다.

3세대(2017년 출시) 실손에서야 급여와 비급여가 분리되고, 비급여 항목의 가입자 부담을 상향했다. 그러나 손해율 상승을 근본적으로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2021년에 시작된 4세대 실손은 비급여 이용량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 적용하는 구조를 도입하며 전환점을 마련했으나 도수치료·비급여 주사·MRI 등 특정 비급여 항목의 집중 이용 문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손해율 130~140%

실손보험의 연간 손해율은 130~140%에 달한다. 보험사가 받은 보험료보다 지급한 보험금이 훨씬 많다는 의미다. 손해율 상승의 핵심 원인은 특정 비급여 항목의 반복 청구가 꼽힌다.

손해보험협회에 따르면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증식치료 등 물리치료 항목은 전체 보험금 중 17.2%(2025년 3·4분기 기준)를 차지하며, 다년간 지급보험금 1위 항목으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의원급과 1·2차 병원에서의 지급 비중이 각각 20.6%, 20.3%로 높아 소규모 병원 중심의 과잉 진료가 두드러진다.

도수·체외충격파·증식치료는 건강보험에서 별도의 횟수, 치료기간, 시행 주체 규제가 없어 남용 우려가 크다. 일부 의료기관에서는 근골격계 질환과 무관하게 성형·미용 시술을 도수치료로 둔갑시키거나 무자격자가 도수치료를 시행하는 불법적 행태도 확인된다. 또 소비자의 실손보험 가입 여부와 한도에 맞춰 도수치료 플랜을 설계하는 등 비윤리적 운영 사례도 만연한 상황이다.

■5세대, '제도'를 바꾼다

이르면 오는 4월 선보이는 5세대 실손보험은 기존 1~4세대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단순히 보장을 늘리는 신상품이 아니라 실손보험의 운영방식을 재설계하는 '제도 개편'이다. 핵심은 '급여와 비급여의 명확한 역할 분리'와 '비급여 자기부담률 상향'이다. 과잉이용 우려가 큰 비급여 항목에 대한 가입자 본인부담을 대폭 높이고, 중증·필수 치료 중심으로 보장을 재편한다. 이를 통해 실손보험을 '공짜 의료비 보전 수단'이 아닌, 예측 불가능한 의료비 위험에 대비하는 안전망으로 바꾸려는 시도다.

5세대 실손보험에서는 도수치료, 체외충격파, 영양주사 등 과도한 반복 청구가 문제였던 항목을 '비중증 비급여'로 분류한다. 이 항목들의 자기부담률은 현행 30%에서 최대 50%까지 오르고, 보상 한도는 연간 1000만원으로 제한된다. 반면, 중증 비급여 항목은 기존처럼 연 5000만원까지 보장한다. 종합병원 이상 입원시 자기부담액 한도 500만원도 새롭게 도입돼 오히려 보장이 강화된다.


비중증 항목에서 가입자 부담은 늘어나지만 보험료는 30%가량 내려갈 전망이다. 현재 40대 남성 기준 4세대 실손보험 월 보험료가 약 1만7000원 수준이라면 5세대는 1만원대 초반이 될 것으로 보인다.
2013년 4월 이후 가입한 2세대 후기, 3·4세대 가입자는 5세대로 자동 전환되고, 초기 1·2세대 가입자는 선택할 수 있다.

imne@fnnews.com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