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런던 주재 미국 대사관이 경미한 범죄 이력을 이유로 고위 재계 인사들의 미국 방문을 막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민 규제를 강화하는 가운데 사소한 범죄 이력만으로도 미국을 방문하는 것이 어려워지고 있다.
FT는 이민 변호사, 비자 컨설턴트들의 말을 인용해 관광이나 업무를 위해 미국에 가려는 이들이 비자를 받지 못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경찰로부터 주의를 받거나 경미한 범죄 이력만 있어도 비자가 잘 안 나온다는 것이다. 1970년대 기록 때문에 비자 발급이 거부되기도 한다.
변호사들은 기술 기업 경영진이나 일반 경영자들도 예외가 아니라면서 과거 대마초 흡연, 술집 싸움, 음주운전 같은 비교적 경미한 범죄 이력 때문에 비자가 안 나온다고 말했다.
미국의 국경 빗장이 잠기면서 비자 발급 기준도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심지어 전과자도 아니고 체포 이력이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비자가 안 나온다.
영사들은 비자 발급 거부 이유도 밝히지 않는다. 당초 발급에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들었다가 거부된 경우들도 있다.
변호사들에 따르면 비자 발급이 까다로워진 것은 지난해 여름부터다.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법을 위반한 외국인 비자는 무효로 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계기가 됐다는 말이 나온다.
지난해 1월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비자 발급 관행이 완전히 달라졌다.
국무부에 따르면 런던은 유럽에서 가장 많은 비자 업무를 담당하는 곳이다. 2024년 런던 대사관이 발행한 비이민 비자가 15만 건이 넘었다.
영국 시민권자들은 자동적으로 90일 여행 허가를 받을 수 있는 전자여행허가(Esta)로 미국을 방문할 수 있지만 마약과 같은 특정 범죄로 인한 체포 이력만 있어도 얘기는 달라진다. Esta 적용을 못 받고 영사관에 비자를 신청해야 한다.
런던의 한 이민 변호사는 지금은 아무리 사소하더라도 범죄 이력이 있으면 비자가 안 나온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미 방문 비자를 갖고 있는 고객들에게도 평생 범죄 이력을 깨끗하게 유지하는 것이 필수라고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민 단속에 열을 올리고 있는 미국에서 시민 2명이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의 총에 맞아 사망하고, 빗장도 걸어 잠기고 있는 가운데 미 방문 외국인 수는 감소세다.
지난해 미 방문객은 전년비 4.2% 줄었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첫 감소세다. 반면 지난해 전 세계 관광객은 4% 증가했다.
런던의 미 이민 변호사 폴 사마틴은 “미국은 거대한 세계 금융 허브로 사업차 방문해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면서 “이건(비자 거부는) 문제”라고 우려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