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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서안지구 정착촌 확대 예고...국제사회 반발

박종원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0 07:19

수정 2026.02.10 07:20

가자지구 정리한 이스라엘, 서안지구로 방향 전환
서안지구 내 이스라엘 정착촌 지원 정책 발표
아랍 8개국, 공동 성명에서 일제히 이스라엘 비난 "국제법 위반"
유엔 사무총장 "이스라엘 조치는 무효"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의 요르단 계곡에서 현지 주민이 이스라엘 국기 앞을 지나고 있다.AP연합뉴스
9일(현지시간)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의 요르단 계곡에서 현지 주민이 이스라엘 국기 앞을 지나고 있다.A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의 상황을 정리한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요르단강 서안지구로 눈을 돌려 유대인 정착촌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국제사회와 주변 아랍 국가들은 해당 조치가 불법이라며 일제히 반발했다.

9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에 따르면 이스라엘의 이스라엘 카츠 국방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전날 공동성명을 냈다. 두 장관에 따르면 이스라엘 정부는 8일 회의에서 이스라엘인이 서안지구에서 토지 등록과 부동산 취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결정했다. 아울러 이스라엘 정부는 그간 기밀로 분류했던 요르단강 서안 토지의 등기부 정보를 공개하기로 했다.

이는 이스라엘의 구매 희망자가 부동산 거래를 위해 소유자를 접촉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이슬람 신자(무슬림)가 아닌 이들이 서안지구의 부동산을 사들이는 것을 금지했던 규정도 폐지된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을 통해 이곳을 요르단으로부터 빼앗았지만 이후로도 이스라엘인은 과거 요르단이 만든 관련 법률에 따라 서안에 등록된 법인을 통해서만 토지를 취득할 수 있었다. 이밖에 이스라엘 정부는 토지 거래 허가증 요건을 폐지하는 등 서안 부동산 거래의 주요 규제를 제거하기로 했다.

과거 이스라엘은 영국 식민지였던 팔레스타인 지역에서 1948년 일방적으로 건국을 선언하고 기존 아랍계 주민들을 몰아냈다. 이스라엘은 1967년 3차 중동전쟁으로 각각 이집트, 요르단 점령지였던 가자지구와 서안지구를 차지하고 정착촌을 건설해 지역 내 유대계 인구를 늘렸다. 이스라엘은 2005년 가자지구에서 철수했으나 서안지구는 여전히 실질적으로 통치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는 서안지구에서 일부 자치권을 행사하지만, 제한적인 수준이다.

두 장관은 8일 공동성명에서 "수십년 묵은 장벽을 제거하고 차별적인 요르단 법률을 폐지하고 현지 정착촌 개발을 가속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를 통해 유대인이 텔아비브나 예루살렘에서처럼 '유대와 사마리아'(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을 이르는 성경식 표현)에서도 땅을 살 수 있도록 허용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PA의 마무드 아바스 수반은 성명 발표 직후 "서안지구 병합 시도를 심화하는 위험한 결정"이라며 "팔레스타인의 존재와 민족적, 역사적 권리를 겨냥한 긴장 고조 행위"라고 규탄했다. 그는 "이번 결정은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와 이스라엘 사이에 체결된 모든 합의는 물론 국제법과 정당한 국제적 결의를 위반하는 것"이라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와 미국 정부가 즉각 개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알아라비야 방송에 따르면 사우디 및 요르단, 아랍에미리트연합(UAE), 카타르, 인도네시아, 파키스탄, 이집트, 튀르키예 등 중동 아랍권 및 이슬람권의 8개 국가는 9일 공동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이번 조치가 "서안에 불법적 주권을 강요하는 행위로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들 국가는 "국제법을 위반하는 이스라엘의 팽창주의적 정책과 행동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경고한다"며 "팔레스타인인의 정당한 권리를 '두 국가 해법'에 기반해 보장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9일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 정부의 결정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관련 정책의 철회를 촉구했다. 구테흐스는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서안지구 점령지 내 모든 이스라엘 정착촌과 이와 관련된 통치 체제 및 기반 시설은 법적 효력이 없고, 관련된 유엔 결의를 포함한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하는 것임을 재차 강조한다"라고 밝혔다.


이어 "팔레스타인 점령지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속적인 주둔 및 이런 행동은 불안정을 야기하는 것은 물론 국제사법재판소(ICJ)가 결정한 바와 같이 불법에 해당한다"며 "이스라엘은 이런 조치들을 철회해야 한다"라고 말했다.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