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브랜드' 등 대기업 유통채널, 지역소주 입점 외면..선택권 침해 논란
올해 지방소멸대응기금 1조 투입에도 유통현장은 지역제품 배제 '엇박자'
지역 주류 시장 왜곡에 정부가 나서야.."로컬 상생 가이드라인 절실" 지적
올해 지방소멸대응기금 1조 투입에도 유통현장은 지역제품 배제 '엇박자'
지역 주류 시장 왜곡에 정부가 나서야.."로컬 상생 가이드라인 절실" 지적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지방 소멸을 막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지만 정작 지역경제 실핏줄인 향토 주류산업은 대형 유통망 '보이지 않는 벽'에 가로막혀 고사 위기에 처했다.
특히 노브랜드 등 대형 유통사들이 물류 효율성을 이유로 지역제품 취급을 기피하면서 '내 고장 매장에서 내 고장 술을 살 수 없는' 구조적 모순이 심화되고 있다.
■ 안방 내준 향토 소주, 6년 만에 점유율 '반토막'
부산파이낸셜뉴스가 부산·울산·경남 주류시장을 심층 취재한 결과, 한때 70%를 상회하던 향토소주의 부산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기준 30%대까지 추락했다. 반면 수도권에 본사를 둔 하이트진로 등 대형 주류사의 점유율은 38%를 기록하며 전세를 역전시켰다. 이러한 급격한 하락세는 단순한 소비자 선호도 변화 때문이 아니라는 분석이다.
과거 지역 슈퍼마켓과 대리점 중심이었던 유통 권력이 편의점, SSM, 대형 프랜차이즈 등 '중앙 집중형 유통망'으로 이동하면서 지역 제품이 진열대에서 밀려나는 '구조적 배제'가 결정적 원인으로 지목된다.
■ "사고 싶어도 매장에 없다"… 노브랜드 등 로컬 제품 취급 거부
실제 부산시내 주요 유통 매장을 확인한 결과, 신세계 계열의 노브랜드(No Brand) 등 일부 기업형 유통 채널은 지역소주 제품을 아예 취급하지 않거나 구색 맞추기식으로 극히 낮은 비중만 할애하고 있었다.
소비자가 집 앞 매장에서 지역 브랜드를 선택할 권리가 유통사의 상품 구성(MD) 정책에 의해 원천 차단돼 말 그대로 '선택권 박탈'에 이르고 있다.
대형 유통사는 전국 단위 물류 효율을 명분으로 내세우나, 이는 결과적으로 지역 자본을 수도권으로 유출시키는 핵심 경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상생 의지 또한 사라져 지역 매장임에도 불구하고 지역 산업을 외면하는 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ESG)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 정책과 현장의 괴리…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문제는 이러한 유통 현장의 행보가 정부 정책과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점이다. 정부는 지역 소멸 대응을 위해 올해에만 1조원 규모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배분하는 등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지역 대표 산업인 주류기업이 유통망에서 퇴출당해 고용이 줄고 경제 선순환이 끊긴다면 정부의 예산 투입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
유통 전문가들은 "지방 소멸을 막으려면 지역 생산 제품이 지역 내에서 원활히 소비되는 구조가 필수적"이라며 "대형 유통사가 지역 상품 최소 취급 비율을 설정하는 '로컬 상생 쿼터제' 등 자율적·제도적 기준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 '로컬 상생 가이드라인' 도입 시급
과거 국민권익위원회는 장례식장 내 특정 주류 취급 제한 등 불공정 관행에 대해 제도 개선을 권고한 바 있다. 이번 사안 역시 소비자의 비교·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점에서 생활경제 차원의 공정성 의제로 다뤄져야 할 전망이다.
지역 소주는 단순한 기호품을 넘어 지역 고용과 경제를 지탱하는 기반 산업이라는 점에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역 주류업계 관계자는 "기업형 유통 채널들이 지역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진정한 상생 의지를 보여줄 때 비로소 실질적인 지역 균형 발전이 완성될 것"이라고 밝혔다.
lich0929@fnnews.com 변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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