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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물까지 동원한 알파벳...AI 투자에 ‘빚의 시대’

이병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0 10:25

수정 2026.02.10 10:25

지난해 2월 9일 파리에서 열린 구글 랩 행사장에서 한 여성이 대형 스크린 옆을 지나고 있는 모습.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인공지능(AI) 투자 실탄 확보를 위해 대규모 회사채 발행하고, 이례적으로 100년 만기 채권(센추리 본드)까지 꺼내들었다. 사진=뉴시스
지난해 2월 9일 파리에서 열린 구글 랩 행사장에서 한 여성이 대형 스크린 옆을 지나고 있는 모습. 구글 모회사 알파벳이 인공지능(AI) 투자 실탄 확보를 위해 대규모 회사채 발행하고, 이례적으로 100년 만기 채권(센추리 본드)까지 꺼내들었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이 이례적으로 100년 만기 채권 발행에 나섰다. 인공지능(AI) 투자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의 부채 조달이 한 단계 더 공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AI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막대한 자금을 채권 시장에서 조달하는 흐름이 본격화되면서, 올해 미국 회사채 발행 규모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파운드화 '100년물' 첫 발행…달러채 200억달러로 증액


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알파벳은 이번 주 파운드화 표시 채권을 처음으로 발행하며, 이 가운데 100년 만기 '센추리 본드'를 포함할 계획이다. 동시에 달러화 채권 200억 달러를 발행했다.

달러 채권 발행 규모는 강한 투자 수요로 당초 150억 달러에서 200억 달러로 확대됐다.

100년물 채권은 장기 차입의 극단적인 형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초저금리 환경에서 일부 정부와 기관이 발행한 사례를 제외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파운드화 100년물 시장 역시 옥스퍼드대, EDF(프랑스 전력회사), 웰컴 트러스트(2018년) 정도만 발행한 바 있다. 기술 업종에서는 더욱 드문 사례다. IBM이 1996년 100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한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기술기업들은 길어야 40년 만기 회사채 발행에 그쳐 왔다.

알파벳은 지난해 11월에도 미국 시장에서 175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50년물을 포함시켰다. 이는 지난해 기술기업이 발행한 달러 채권 가운데 최장 만기였다. 같은 시기 유럽 시장에서도 65억 유로를 조달했다.

AI 인프라에 7000억달러…채권시장 의존 높아지는 빅테크


알파벳의 잇따른 회사채 발행은 AI 인프라 투자를 위한 '실탄' 마련 차원으로 풀이된다. 알파벳은 최근 실적 발표를 통해 올해 자본지출(CAPEX)이 최대 1850억 달러(약 270조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빅테크 기업들과 주요 공급업체들은 올해 AI 인프라에 약 7000억 달러를 투자할 것으로 예상된다. 데이터센터 증설과 고성능 반도체 확보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자체 현금흐름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투자 규모가 채권시장 의존도를 높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오라클은 지난해 9월 18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다. 이어 10월에는 메타가 300억 달러 규모의 채권을 발행했는데, 이는 인수·합병(M&A)을 제외한 단일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으로는 사상 최대 규모였다. 11월에는 알파벳(175억 달러)과 아마존(150억 달러)이 뒤를 이었다.

뱅크오브아메리카 증권의 1월 보고서에 따르면 아마존, 구글,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 등 5대 AI 하이퍼스케일러는 지난해 미국 회사채 시장에서 총 1210억 달러를 발행했다.

무디스는 미국 '빅 식스'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올해 총 지출 규모를 5000억 달러로 추산했다. 모건스탠리는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이 채권 발행으로 충당되며, 하이퍼스케일러들의 연간 회사채 발행 규모가 4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바클레이스 애널리스트들은 1월 보고서에서 올해 미국 전체 회사채 발행 규모가 2조46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25년 대비 11.8% 증가한 수치다.
AI 투자 확대가 회사채 시장 전반의 발행 증가를 이끄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