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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시장 활황' EB 교환권 행사 급증...'오버행 이슈' 경계령 [fn마켓워치]

김현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0 15:24

수정 2026.02.10 15:24

[파이낸셜뉴스] 증시 활황으로 교환사채(EB) 투자자들의 교환권 행사가 빠르게 늘고 있다. EB 교환권 행사 후 투자자들이 줄줄이 시세차익에 나서 주가도 변동성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교환사채는 사채권자가 발행사가 보유한 제3자 주식이나 자사주로 교환할 수 있는 회사채다. 특히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담은 3차 상법 개정안 처리가 임박하면서, 기업들이 자사주 처분에 나선 영향이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개정안에 따르면 기업은 자사주를 매입한 뒤 원칙적으로 1년 이내 소각해야 한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부터 이달 9일까지 EB 교환권 행사 규모는 4130억원에 달했다. 이미 지난해 1·4분기 전체 교환권 행사 규모(1905억원)의 두 배를 넘어선 수치다.

코스피 지수가 5300선, 코스닥 지수가 1100선을 돌파하는 등 주식시장이 강세를 보이면서 EB 투자자들의 교환권 행사도 가속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이차전지 대장주로 꼽히는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의 주가 급등으로 상당한 시세차익이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금융투자업계에서는 EB 물량이 언제든 시장에 출회될 수 있어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이슈를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자사주를 기초자산으로 한 EB는 교환권 행사 시 곧바로 매물로 이어질 수 있어 주가 변동성을 자극할 수 있다.

실제로 이룸티앤씨, 에코프로, 하림지주 등이 발행한 EB에서 교환권 행사가 잇따르며 주가가 큰 폭으로 출렁거렸다.

에코프로그룹 오너 일가가 소유한 이룸티앤씨의 경우 지난 4일 300억원 규모의 EB 교환권이 행사됐다. 이 회사는 지난 2022년 12월 1000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했으며, 표면이율은 0%, 만기보장수익률은 연복리 3% 수준이다. 교환대상은 계열사 에코프로비엠 보통주로, 교환가격은 주당 12만5000원이다.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지난 4일 장중 22만원을 넘어서며 교환권 행사 유인을 키웠다. 이후 5일부터 이틀간 주가는 약 11% 하락했다.

교환권 행사 이후 주가 급락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3년 7월 26일 에코프로비엠 주가가 40만원선을 돌파했을 당시에도 이룸티앤씨 EB 투자자들이 300억원어치 교환권을 행사했고, 이튿날 주가는 17% 넘게 급락했다. 현재 이룸티앤씨 EB 투자자들이 보유한 채권 잔액은 약 400억원 수준이다.

에코프로가 지난해 10월 자사주를 기초로 발행한 750억원 규모 EB 역시 올해 들어(1월 1일~2월 5일) 360억원어치 교환권이 행사됐다. 교환가격(9만500원)을 주가가 웃돌면서 투자자들의 행사 움직임이 이어진 것이다. 기초자산에 해당하는 에코프로 주가는 지난달 2일 종가 기준 8만8900원에서 이달 4일 17만4200원까지 급등했다. 이후 56일 이틀간 주가는 13% 넘게 하락했다.

하림지주 EB에서도 대규모 교환권 행사가 이어졌다.
하림지주는 지난해 9월 12일 1432억원 규모의 EB를 발행했으며, 이 중 405억원어치에 대해 교환권이 행사됐다. 기초자산은 하림지주 자사주로, 교환가격은 주당 9713원이다.
주가는 지난 4일 19만610원에 마감한 뒤, 교환권 행사 다음 날인 5일부터 이틀간 23% 급락했다.

khj91@fnnews.com 김현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