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2012년 가족과 함께 제프리 엡스타인의 개인 섬을 방문한 사실을 시인했다. 러트닉 장관은 2005년 이후 엡스타인과의 연락을 끊었다고 밝혀왔는데, 이는 엡스타인이 2008년 미성년자 성매매 알선 혐의로 주 법원에서 유죄를 인정하고 성범죄자로 등록되기 이전의 일이다.
러트닉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상원 위원회에서 “아내와 네 명의 자녀, 유모들이 함께 있었고 다른 가족도 동행했다”며 “섬에서 점심을 먹고 약 한 시간 머문 뒤 떠났다”고 말했다. 그는 “가족 휴가 중이었다”고 설명했다.
러트닉 장관은 법무부가 공개한 엡스타인 수사 관련 자료를 직접 확인했으며, 수백만 쪽에 달하는 문서 가운데 자신과 엡스타인을 연결하는 이메일은 약 10건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최근 공개된 법무부 자료에는 러트닉 장관의 해명과 배치되는 정황이 담겨 있다. 러트닉이 2011년 엡스타인과 통화를 조율하고 만남을 약속한 이메일, 2012년 12월 가족과 함께 카리브해에서 요트 여행을 하던 중 엡스타인의 개인 섬 ‘리틀 세인트 제임스’를 방문하려 한 계획 등이 엡스타인 파일에 포함돼 있다. 실제로 러트닉은 2012년 12월 엡스타인에게 “일요일 저녁 식사가 가능하냐”는 이메일을 보냈고, 이후 섬에서 점심을 함께한 사실도 확인됐다.
또 두 사람은 2012년 12월 말 현재는 폐업한 기술 기업 ‘애드핀(Adfin)’의 지분과 관련한 문서에 공동 서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러트닉 장관이 “엡스타인과 사업적 관계가 없었다”고 주장해온 기존 설명에 의문을 제기하는 대목이다.
이 같은 내용이 공개되자 미 의회에서는 사퇴 요구가 잇따르고 있다. 민주당 소속 크리스 밴 홀런 상원의원은 러트닉 장관에게 엡스타인 관련 개인 기록을 의회에 제출할 의향이 있는지 물었고, 러트닉 장관은 “숨길 것이 없다”며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공화당 소속 토머스 매시 하원의원은 CNN 인터뷰에서 “대통령을 위해서라도 사퇴하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민주당 하원 감독위원회 간사인 로버트 가르시아 의원은 “러트닉 장관이 엡스타인과의 관계에 대해 거짓말을 해왔다”며 “사퇴하거나 해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애덤 시프 상원의원도 “국민에게 거짓말을 했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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