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1) 이강 기자 = 올해 설 차례상 물가는 제수용 수산물과 곡물류 가격 상승이 견인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기와 쌀 등 주요 제수 품목 가격이 전년보다 큰 폭으로 뛰며 체감 부담을 키웠으나, 재배면적이 확대된 채소류 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체적인 상승폭을 일부 상쇄했다.
명절 귀성길 발걸음은 한결 가벼워질 전망이다. 국내 기름값이 9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귀성·귀경에 따른 이동 비용 부담은 다소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의 민생안정대책을 가동해 설 성수품 공급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유통 구조 왜곡 등 물가 불안 요인을 철저히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상승 상위 5' 보니… 조기·쌀 등 제수용 급등, 채소 하락이 상승폭 상쇄
11일 국가통계포털(KOSIS) 소비자물가지수(2020=100)에 따르면 차례상 품목 가운데 전년 동월 대비 가격 상승폭이 가장 큰 품목은 조기(21.0%)였다. 이어 쌀(18.3%), 북어(13.6%), 사과(10.8%), 달걀(6.8%) 순으로 오르며 설 차례상 물가 상승 상위 5개 품목에 포함됐다.
이는 전문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의 '차례상 비용'에 포함된 22개 제수 품목을 기준으로 소비자물가지수를 분석한 결과다.
조기의 소비자물가지수는 131.07로 1년 전보다 21.0% 상승했고, 북어채는 134.19로 13.6% 올랐다. 명절 수요가 집중되는 제수용 수산물 가격이 크게 오르며 차례상 체감 부담을 키운 것으로 풀이된다.
곡물·가공식품 가격은 품목별로 엇갈린 흐름을 나타냈다. 쌀은 지수 116.84로 18.3% 상승했고, 떡은 128.29로 5.1% 올랐다. 밀가루는 137.72로 2.3%, 사탕은 116.39로 0.5%, 주류는 113.44로 1.4% 각각 상승했다.
반면 두부는 지수 109.10으로 6.6% 하락했고, 식용유도 156.18로 12.2% 내리며 가공식품 일부 품목은 안정세를 보였다.
과일·견과류 역시 품목 간 흐름이 갈렸다. 사과는 지수 162.90으로 10.8% 상승한 반면, 배는 133.57로 24.5% 급락했다. 밤은 114.35로 0.6%, 감은 112.47로 0.4% 각각 오르며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유지했다.
육류·축산물 물가는 전반적으로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돼지고기는 지수 126.65로 2.9%, 닭고기는 132.00으로 2.7% 상승했다. 달걀은 142.34로 6.8% 올랐으며, 국산 쇠고기(112.39)와 수입 쇠고기(147.19)는 각각 3.7%, 7.2%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채소류 가격은 뚜렷한 하락세를 보였다. 무는 지수 97.34로 34.5% 급락했고, 배추는 107.81로 18.1% 내렸다. 파는 113.83으로 9.9%, 시금치는 118.31로 5.8% 하락했다.
나물류는 고사리(126.12, 2.3%)와 도라지(128.94, 2.8%) 등이 소폭 상승했지만, 채소류 전반의 가격 약세가 전체 차례상 물가 상승을 완충하는 역할을 했다.
9주 연속 떨어진 기름값…'이동 비용' 부담은 덜어
설 명절을 앞두고 국내 주유소 기름값은 지난해 12월 둘째 주부터 9주 연속 하락했다. 이에 명절 귀성·귀경에 따른 이동 비용 부담은 이전보다 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월 첫째 주(지난 1~5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보다 리터당 2.7원 내린 1687.9원이었다.
지역별로 가격이 가장 높은 곳은 서울로, 전주 대비 2.2원 내린 1750.7원으로 집계됐다. 가격이 가장 낮은 대구는 2.8원 내린 1647.3원을 기록했다.
상표별 평균 판매가는 휘발유 기준 알뜰주유소가 1661.5원으로 가장 낮았고, SK에너지 주유소가 1696.4원으로 가장 높았다. 경유는 알뜰주유소가 1554.7원으로 가장 저렴했고, SK에너지 주유소가 1590.9원으로 가장 비쌌다.
다만 유가는 물류비를 거쳐 시차를 두고 반영되는 구조로, 성수품 체감 물가에는 단기간 내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다.
정부 "설 민생안정대책 차질 없이 추진"…유통 구조 왜곡과 담합 의혹 지적
정부는 앞서 발표한 역대 최대 규모의 '설 민생안정대책'을 차질 없이 이행하겠다는 방침이다. 설 성수품 16개 품목을 평시 대비 50% 확대 공급하고, 농수산물 비축 물량을 단계적으로 방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울러 91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성수품을 최대 50% 할인 판매하는 지원 사업도 진행 중이다. 가격 강세를 보이고 있는 달걀의 경우, 미국산 신선란 224만 개를 긴급 수입해 설 이전에 전량 공급할 계획이다.
정부의 물가 관리 노력과 함께 이재명 대통령도 최근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물가 안정과 관련한 강도 높은 메시지를 내놓았다. 이 대통령은 유통 구조의 왜곡과 담합 의혹을 지적하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과일도, 농수산물도 유통 구조가 이상하고, 축산물도 소값은 폭락하는데 고깃값은 안 떨어진다"며 "특정 기간 물가 문제를 집중 관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검토해 달라"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담합을 통해 가격을 올렸다면 가격을 내려야 하는데 실제로 내려졌는지 의문"이라며 "일시적인 사과나 할인에 그치지 않도록 끝까지 철저히 관리해 달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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