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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 없이 던졌다" 차준환의 주먹, 그러나 너무 높았던 '괴물들의 벽' [2026 밀라노]

전상일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26.02.11 06:53

수정 2026.02.11 07:04

완벽한 '클린'으로 시즌 베스트 92.72점... 쇼트 6위로 프리에 희망 걸어
'백플립' 말리닌 등 상위권 100점 돌파... 메달권과 9.83점 차 추격전 예고
연기를 마친 차준환.연합뉴스
연기를 마친 차준환.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은반 위의 승부사는 후회가 없었다. 연기를 마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포효했고, 환하게 웃었다. 하지만 세계의 벽은 냉혹하리만치 높았다.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음에도 '괴물'들이 즐비한 올림픽의 탑5 진입은 허락되지 않았다.

대한민국 피겨 스케이팅의 간판 차준환(25·서울시청)이 11일(한국시간)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 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에서 기술점수(TES) 50.08점, 예술점수(PCS) 42.64점을 합쳐 총점 92.72점을 기록했다.



이는 올 시즌 자신의 최고 기록(시즌 베스트)이다. 그러나 최종 순위는 6위. 메달권 진입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지만, 상위권 선수들의 압도적인 기량 앞에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한 차준환이 연기를 마친 뒤 미소짓고 있다. 차준환은 총점 92.72점을 받으며 오전 4시 50분까지 연기를 마친 15명의 선수 중 1위에 올라 상위 24명의 선수가 나설 수 있는 프리 스케이팅 진출을 확정했다.연합뉴스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한 차준환이 연기를 마친 뒤 미소짓고 있다. 차준환은 총점 92.72점을 받으며 오전 4시 50분까지 연기를 마친 15명의 선수 중 1위에 올라 상위 24명의 선수가 나설 수 있는 프리 스케이팅 진출을 확정했다.연합뉴스


이날 전체 15번째로 은반에 나선 차준환은 '레인 인 유어 블랙 아이즈(Rain in your black eyes)'의 선율에 몸을 맡겼다.

지난 단체전에서의 실수는 약이 됐다. 첫 과제인 고난도 쿼드러플 살코를 완벽하게 착지하며 산뜻하게 출발한 그는, 단체전에서 뼈아픈 실수를 범했던 '마의 구간' 트리플 악셀마저 깔끔하게 성공시켰다.

트리플 러츠-트리플 루프 콤비네이션 점프까지 흔들림이 없었다. 스핀과 스텝 시퀀스에서도 레벨 4를 받아내는 등 그야말로 '무결점(Clean)' 연기였다. 연기 직후 차준환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인 것은 그만큼 자신의 수행에 만족했다는 방증이었다.

믹스트존에서 만난 차준환은 "오늘 이 순간, 단 한 점의 후회도 없을 만큼 모든 것을 던졌다"라며 "점수는 조금 아쉽지만, 그 아쉬움을 떨칠 만큼 내 진심을 다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부츠 문제로 고생했던 시즌 초반의 부진을 완전히 털어낸 모습이었다.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한 차준환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연합뉴스
이탈리아 밀라노 아이스스케이팅 아레나에서 열린 2026 밀라노ㆍ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 출전한 차준환이 연기를 펼치고 있다.연합뉴스

하지만 이번 밀라노의 밤은 유독 뜨거웠다. 차준환이 '인간계'에서 최고의 연기를 펼쳤다면, 상위권 경쟁자들은 '신계'의 기술을 선보였다.

1위는 미국의 '점프 괴물' 일리아 말리닌이 차지했다. 쿼드러플 플립과 쿼드러플 러츠를 장난감 다루듯 성공시킨 말리닌은 피겨 금기 기술이었던 '백플립'까지 선보이며 108.16점이라는 압도적인 점수를 받았다. 마지막 주자로 나선 일본의 카기야마 유마 역시 103.07점으로 2위에 올랐고, 프랑스의 아담 샤오힘파가 102.55점으로 그 뒤를 이었다.

결과적으로 차준환은 메달권인 3위와 9.83점 차이로 프리 스케이팅을 맞이하게 됐다. 결코 적지 않은 점수 차다. 자력으로 뒤집기는 쉽지 않은 격차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연기를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뉴스1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남자 싱글 쇼트 프로그램에서 연기를 마친 후 인사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승부는 끝나지 않았다. 차준환은 오는 14일 열리는 프리 스케이팅에서 '광인을 위한 발라드'에 맞춰 대역전극을 노린다. 올림픽 직전 프로그램을 변경하는 승부수를 띄운 그다.

"결과보다 최선을 다했을 때 얻는 성취가 더 중요하다"라고 말한 차준환. 그의 말처럼 결과는 하늘에 맡겼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것은 쇼트에서의 완벽한 감각을 유지하며, 밀라노의 은반 위에서 마지막 불꽃을 태우는 일뿐이다.


괴물들이 우글거리는 정글에서 고독한 싸움을 이어가는 차준환의 '라스트 댄스'에 국민들의 시선이 쏠리고 있다.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