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상무부는 10일(현지시간) 12월 소매판매가 전월 대비 보합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관세로 인한 수입 물가 상승과 생활비 부담 확대 속에 소비자 피로가 누적되고 있다는 점이 이번 통계에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고가 내구재 소비 위축… 서비스 지출도 둔화
세부 항목을 보면 소비 위축이 뚜렷하다. 자동차 판매는 0.2% 감소했고, 가구·주택용품 매장은 0.9%, 전자제품·가전 매장은 0.4% 각각 줄었다. 의류 매장 매출도 0.7% 감소했다. 음식 서비스·주점 매출 역시 0.1% 줄어들며 서비스 소비마저 둔화 조짐을 보였다.
다만 건축자재·정원용품 매출은 1.2% 증가했고, 스포츠용품·취미·악기·서점 매출은 0.4% 늘었다. 온라인 소매판매는 11월 보합 이후 12월에도 0.1% 소폭 상승에 그쳤다.
국내총생산(GDP)의 소비 항목과 가장 밀접한 핵심 소매판매(자동차·휘발유·건축자재·음식 서비스 제외)는 12월 0.1% 감소했다. 11월 증가율도 0.4%에서 0.2%로 하향 조정됐다.
저축률은 11월 3.5%로 3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2020년 4월 31.8%에 달했던 저축률과는 극명한 대비다. 전문가들은 이를 전형적인 ‘K자형 경제’의 소비 양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K자형 경제란 경기 회복 과정에서 고소득·자산가 계층은 성장하는 반면, 저소득·취약 계층은 정체·악화되며 격차가 확대되는 구조를 말한다.
저소득 지역서 연체 급증
미국의 가계부채는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주택담보대출 연체는 저소득 지역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소득별 격차가 확대되며 ‘연체의 양극화’가 뚜렷해지고 있다는 평가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이 발표한 ‘2025년 4분기 가계부채 및 신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 가계부채는 전 분기 대비 1910억 달러 증가한 18조8000억 달러로 집계됐다. 2019년 말 이후 누적 증가액은 4조6000억 달러에 달한다.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980억 달러 늘어난 13조2000억 달러로 최대 비중을 차지했고, 신용카드 부채는 440억 달러 증가해 1조2800억 달러를 기록했다. 신용카드와 자동차 대출 연체율은 높은 수준에서 대체로 안정된 반면,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장기적으로는 낮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최근 수년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연체 증가가 특정 계층과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 잔액 자체는 역사적 기준으로 볼 때 신용도가 높은 차주들에게 주로 분포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25년 4분기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상승했다. 가계부채 전체 연체율은 지난해 말 기준 4.8%로, 직전 분기 대비 0.3%p 높아졌다. 이는 2017년 3분기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뉴욕 연은이 우편번호별 소득 수준에 따라 차주를 4개 그룹으로 나눈 결과, 최저 소득 지역(1분위)의 90일 이상 연체율은 2021년 약 0.5%에서 2025년 말 3.0% 수준까지 급등했다. 반면 최고 소득 지역(4분위)은 여전히 역사적으로 낮은 연체율(1% 이하)을 유지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주택대출의 건전성은 유지되고 있지만, 상환 압박은 저소득 가계에 집중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뉴욕 연은의 빌베르트 반데르클라우 경제조사 자문위원 등 연구진은 “가계부채 잔액이 완만하게 증가하는 가운데 주택담보대출 연체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상환 능력 악화가 저소득 지역과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지역에 집중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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