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가상자산 거물 노보그라츠, "투기의 시대" 종료 주장
기관 투자자 늘면서 위험 회피 성향 강해져, 예전같은 급변 어려워
앞으로 투자 수익률 훨씬 낮아질 듯...다른 국제 자산들과 비슷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취임을 계기로 급등했던 비트코인 시세가 1년 만에 제자리 아래로 떨어지면서 가상자산 업계 전반이 변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가상자산 시세가 하룻밤에 ‘대박’과 ‘쪽박’을 오가던 “투기의 시대”가 끝나고, 다른 자산들처럼 일정 가격대에 머무는 시대가 곧 현실이 될 수 있다.
'거물' 노보그라츠 "투기의 시대 끝날 것"
가상자산의 대표주자인 비트코인을 다수 보유해 국제적인 업계 거물로 불리면서, 미국서 가상자산 전문 자산운용사 갤럭시디지털의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마이크 노보그라츠는 10일(현지시간) 대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미국 경제매체 CNBC가 주최한 디지털 금융 포럼에서 최근 비트코인 시세 폭락에 대해 “투기의 시대”가 단계적으로 끝난다고 예상했다. 그는 과거 가상자산 시장을 주도했던 개인 투자자들을 언급하고 “이들은 연간 11% 수익을 바라고 시장에 뛰어들지 않았다”고 강조했다.노보그라츠는 가상자산 업계의 미래에 대해 "일부 트레이더들은 언제나 투기를 하겠지만, 전반적으로는 관련 기반 시설을 이용해 전 세계에 은행 및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가상자산이 “지금보다 수익률이 훨씬 낮은 실질적인 다국적 자산이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지난 2010년에 세계 최초의 거래소 설립 이후 여러 차례 폭등과 폭락을 반복했던 가상자산 시세는 지난해 가상자산 옹호론자인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시장 투자자들은 트럼프가 가상자산을 제도권 금융에 편입한다고 기대했다. 미국 하원은 지난해 7월에 가상자산의 감독 범위와 성격을 규정하는 ‘디지털 자산 시장 구조법’을 가결했다. 해당 법률은 현재 상원 심사 중이며 발효될 경우 국제 금융시장에서 가상자산의 입지가 확실히 구분될 수 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한 막대한 자금 유입에 상승세를 이어가던 가상자산 시장은 올해 급격한 폭락장을 겪었다. 비트코인 가격은 올해 들어 20% 넘게 하락했고, 지난해 10월 기록했던 역대 최고치 대비 50% 가까이 추락했다.
트럼프 효과 퇴색, 반등에 시간 걸릴 듯
노보그라츠는 이번 폭락을 두고 "비트코인이 지난 2022년 11월 (가상자산 거래소) FTX 파산 이후 하루 만에 22% 폭락했을 당시에는 신뢰가 붕괴했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에는 '결정적 촉매(스모킹건)'가 없다"고 설명했다. 가상자산은 한때 ‘디지털 금’으로 불리며 금과 비슷한 안전자산으로 여겨졌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금 시세 폭등 과정에서 금이 아닌 나스닥과 비슷하게 움직였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가상자산이 금과 같은 안전자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불안이 증폭됐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는 9일 대담에서 가상자산 폭락에 대해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면서 가상자산 세계에 찾아온 도취감 중 일부가 사라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비트코인 변동성 확대가 규제 불확실성과 대형 금융기관들의 위험관리 조치에 의해 주도됐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월러는 "많은 매도 물량이 나왔던 것은 주류 금융시장을 통해 가상자산 시장에 접근한 회사들이 위험 포지션을 정리해야 했고, 자산들을 매도해야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노보그라츠는 올해 폭락한 가상자산 시세가 빠르게 반등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10월 발생했던 대규모 청산 사태 때 160만명이 넘는 트레이더들이 24시간 동안 총 193억7000만달러(약 28조원)에 달하는 레버리지 포지션을 강제적으로 청산당했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이 상황이 수많은 개인 투자자와 마켓 메이커를 전멸시켰고 가격에 엄청난 압박을 가했다"고 밝혔다. 노보그라츠는 "가상자산은 서사와 이야기가 전부"라며 "그런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사람들이 이야기에 끌려 모이려면 시간이 걸린다"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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