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저도, 애 아빠도 늦게 컸으니 우리 아이도 나중에 크지 않을까요?” 아이의 성장 문제 때문에 진료실을 찾은 부모님들께서 자주 하는 이야기다.
현재 아이 키 성장이 걱정되어 성장클리닉에 방문했음에도, 마음 한 켠에는 우리 아이는 언젠가 또래를 따라잡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가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키 성장 관점에서 이러한 막연한 기다림은 아이의 성장 잠재력을 오히려 갉아먹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다.
성장은 기다림보다 타이밍이 중요하다. 아이의 키 성장은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부모 세대보다 사춘기가 빨리 오다 보니 그만큼 성장판이 닫히는 시기 또한 앞당겨지고 있다. 그래서 부모의 과거 성장 패턴을 현재 아이들에게 그대로 대입하는 것은 옳지 않다.
특히 사춘기는 키 성장의 시작이 아닌 마무리로 향하는 출발점이다. 많은 부모님들이 아이가 지금 키가 작더라도 사춘기 때 급성장 할거라 기대하고 관리와 치료를 미룬다. 물론 사춘기에 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의 상호작용으로 키 성장이 일시적으로 급격하 자라는 급성장기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결국 성호르몬은 성장판의 골화를 가속시켜 키 성장을 멈추게 한다. 또래 평균보다 키가 작은 상태에서 사춘기를 맞이할 경우 급성장기가 오더라도 또래와 비슷하게 혹은 평균키까지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키 성장 기간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성장 부진, 성장 문제의 원인은 저절로 사라지지 않는다. 키 성장이 더딘 데에는 원인이 있다. 영양 불균형, 수면의 질 저하, 운동 부족 그리고 소아비만이나 알레르기 질환 같은 신체적 스트레스 요인들은 시간이 지난다고 자연적으로 다 치유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방치된 기간만큼 성장 격차가 누적되어 훗날 어떤 치료로도 되돌릴 수 없는 비가역적인 손실로 남게 될 수 있다. 성장을 방관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의학적 개입으로 얻을 수 있는 따라잡기 성장의 효과는 줄어든다.
아이의 성장 잠재력을 지키고 키워나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성장 관리는 아이를 억지로 잡아당겨 늘리는 것이 아니다. 아이가 본래 가지고 있는 유전적 잠재력을 100% 발휘하지 못하게 막고 있는 방해 요인을 제거하고, 후천적으로 클 수 있는 기회를 최적의 성장 환경 조성으로 이끌어내는 것이 성장 관리와 치료의 본질이다.
단순히 키가 몇 cm인지 확인하는 것을 넘어, 현재의 성장 속도와 골연령을 주기적으로 평가하여 아이의 성장 곡선이 정상 범주 내에서 유지되고 있는지 객관적으로 파악해야 한다.
성장은 미래에 해결할 과제가 아니라 현재 진행형인 과제다. 오늘의 관리가 내일의 1cm를 만든다. “나중에 크겠지”하는 안일한 위로 보단 지금 당장 아이의 성장 흐름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아이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선물이자, 키 성장 골든타임을 지키는 일이 될 것이다.
/하이키한의원 송도점 송창규 원장
pompom@fnnews.com 정명진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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