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내
교섭단위 분리 기준 모호
원·하청 간 교섭 범위 확대
노노·노정갈등 확산 우려
교섭단위 분리 기준 모호
원·하청 간 교섭 범위 확대
노노·노정갈등 확산 우려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당초 '개인 노동자의 생존권' 보호라는 취지에서 벗어나 '파업에 대한 면책권 부여'뿐 아니라 모호한 '사용자 범위 확대' 기준을 통해 원·하청 간 교섭 범위 확대만 파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노사 갈등은 물론 노노·노정 갈등까지 부추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노동부는 하청 노조의 실질적 교섭권 보장을 강화하기 위해 노란봉투법 시행령 개정안 수정안 마련에 집중해 왔다. 그러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 내에서 교섭단위 분리 기준이 여전히 모호하다는 비판은 끊이지 않고 있다.
■다양해진 분쟁, 대응은 획일화 우려
11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022년 이후 노동조합 조직률은 급격히 하락했다. 2021년까지 300명 이상 사업장 노조 조직률은 40%대 중반을 넘었지만, 2022년 36.9%로 감소한 뒤 2024년에는 35.1%를 기록 중이다.
이 같은 수치는 대기업 위주 사업장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100~299명 사업장은 같은 기간 10%대에서 5%대로 줄었고, 두 자릿수 규모 근로자를 둔 사업장의 노조 조직률은 3%에 근접했던 수치가 현재는 1.3%대를 이어가고 있다. 중소기업 가운데 노조가 있는 곳은 0.3%에 불과하다.
이처럼 노조 조직률은 낮아졌지만, 근로손실일수는 오히려 증가세로 돌아서면서 노사 간 분쟁이 심화·다양화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2021년 57만2000여 일이던 근로손실일수는 2022년 34만4000여 일로 줄었으나, 이후 다시 증가해 2024년에는 45만7000여 일로 늘어났다.
하청 노동과 특수고용 등 다양한 형태의 노동이 일반화되면서 기존 노사관계의 틀이 흔들리고, 노조 조직률과 관계없이 갈등 빈도는 증가하는 양상이다. 갈등을 제도적으로 흡수하지 못하는 노동시장이 고착화되는 상황에서 노란봉투법이 이러한 여건을 더 악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재와 같은 대기업 위주 노조 구조가 고착된 상황에서 소수 노조의 목소리가 오히려 더 반영되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하청 노조도 노조다. 결국 노노 간 갈등도 발생할 수 있다"며 "원청과 하청 노조 간 이해관계가 다를 경우 힘이 센 노조가 자신의 의견을 관철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어 "원청 노조들이 대부분 양대 노총에 가입돼 있는 만큼 노란봉투법이 결국 양대 노총에 힘을 더 실어주는 조치가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송시영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위원장도 최근 열린 노란봉투법 정책 시행령·지침 평가 세미나에서 "수많은 하청 노조가 원청과 직접 교섭을 시도할 경우 교섭창구 단일화는 필수인데, 이는 산업 생태계의 복잡한 계약 관계를 간과한 측면이 있다"며 "교섭권이 원청이나 산별 단위로 통합되면 전체 산별 노조의 전략적 목표를 위해 특정 사업장의 구체적인 복지나 안전 현안이 '사소한 문제'로 치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파업 증가 걱정하는 2·3차 협력사
노조가 결성된 곳이 극소수인 중소기업계는 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일단 관망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법이 시행되면 2·3차 협력사에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하다. 법 시행 여파로 파업이 증가해 공장 가동률이 낮아질 경우 협력사 매출과 근로자 소득까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단체협약 교섭 과정에서 장기간 파업을 진행하면서 납기 지연이 발생하고, 고객사 신뢰를 잃어 수년째 매출 손실을 회복하지 못한 사례도 적지 않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파업이 늘어날 경우 피해가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조선업계 중소기업들은 현재도 조선사가 노조와 단체교섭으로 수개월간 소모전을 벌이고 있는데, 협력사까지 교섭 대상이 되면 조선산업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는 사실상 어려워질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오히려 노란봉투법이 중소기업 발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hjkim01@fnnews.com 김학재 김현철 김준혁 김동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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