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대한민국 철도는 새로운 변곡점에 서 있다. 선로를 확장하는 양적 성장의 시대를 지나 국민의 시간을 어떻게 돌려줄 것인가를 묻는 단계에 들어섰다. 이제 필요한 것은 '제2의 철도 혁명'이다. 공간의 제약을 줄이고, 탄소배출 부담 없이 이동의 자유를 누리는 변화가 핵심이다.
고속철도는 도입 20여년 만에 명실상부한 국민의 발이 됐다. 전국을 반나절 생활권으로 묶으며 삶의 지형을 바꿨다. 하지만 과거의 성과에만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세계 철도 시장의 기술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고 국민이 체감하는 시간 가치도 한층 높아졌다. 현재 시속 320㎞ 수준인 최고 운행 속도를 시속 400㎞급으로 끌어올려야 하는 이유다.
거리를 줄일 수 없다면 시간을 줄여야 한다. 정부는 경부고속선 평택~오송 구간을 2복선화해 병목을 해소하고, 호남고속선은 신호를 개량해 속도를 높인다. 올해 상반기에는 시속 370㎞급 고속열차를 발주해 2030년 시험운행을 준비하고, 이를 토대로 시속 400㎞급 차세대 고속철도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그러나 속도를 높이는 작업이 무한정 계속될 수는 없다. 바퀴가 선로 위를 달리는 방식은 마찰과 공기 저항이라는 벽에 부딪힌다. 정부가 진공 튜브 안에서 자기력으로 열차를 띄워 달리게 하는 '하이퍼튜브'를 준비하는 이유다. 초고속 이동이 현실이 되면 국토의 개념이 달라진다. 수도권 집중을 완화하고 지역의 기회를 넓히는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다. 이는 대한민국 철도가 세계의 기준을 만드는 '퍼스트 무버'로 나아가는 길이기도 하다.
속도만큼 중요한 또 하나의 축은 지속 가능성이다. 철도는 본래 친환경 교통수단이지만 디젤열차의 소음과 배출가스 문제는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그래서 정부는 철도의 심장을 수소로 바꾸고 있다.
수소열차는 오염물질 대신 물만 배출한다. 전차선이 필요 없어 자연 훼손도 줄일 수 있다. 지난해 실증사업을 시작했으며, 2027년부터 경원선, 교외선에 시범운행할 예정이다. 철도는 조용하고 깨끗한 이동수단을 넘어 탄소중립을 이끄는 핵심 인프라로 자리 잡게 된다.
또한 아무리 빠르고 친환경적이어도 안전이 흔들리면 의미가 없다. 정부는 데이터와 인공지능(AI)을 기반으로 이상 징후를 조기에 포착해 위험을 '발견'하는 수준을 넘어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체계로 안전관리의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있다. 선로·차량 센서 데이터를 실시간 분석해 안전을 상시 관리하는 체계가 구현된다.
철도의 미래는 거창한 기술 용어에 있지 않다. 퇴근 후 가족과 마주 앉아 먹는 저녁, 미세먼지 걱정 없는 일상, 아이들이 살아갈 내일을 덜 걱정하게 되는 사회에 있다. 더 빠른 철도는 국민의 시간을 돌려주고, 더 깨끗한 철도는 다음 세대의 터전을 지킨다. K-철도는 우리 일상의 지도를 다시 그린다.
홍지선 국토교통부 제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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