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 25%인상’ 통보
당정 ‘충격’… 안이한 대응 도마
비관세 분야로 갈등 확산 여지
대미투자특별법 합의처리 시급
경제·안보 패키지 전략 중요
정치, 통상리스크 해소 앞장을
당정 ‘충격’… 안이한 대응 도마
비관세 분야로 갈등 확산 여지
대미투자특별법 합의처리 시급
경제·안보 패키지 전략 중요
정치, 통상리스크 해소 앞장을
이재명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대미 협상 성공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미국과의 관세협상 타결로 우리 경제를 짓누르던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점은 고무적"이라고 했다. 한 달 남짓 지났다. 미국이 15%로 합의했던 상호관세율 재인상 추진을 불쑥 내놨다. 미국 이익을 최우선에 두는 '돈로주의(도널드+먼로주의)'가 득세한다곤 하지만 70년을 넘긴 '동맹'인데 낌새조차 못 챘다. 우리가 포착 못했을 뿐 사전 경고성 조짐들도 있었다. 미국 디지털 기업 차별 우려가 담긴 주한 미국대사관의 서한, 김민석 국무총리와 J D 밴스 미국 부통령의 워싱턴 면담에서 언급된 쿠팡 사태 등이다.
국회 실책도 크다. 양국이 합의한 관세·안보분야 협상 결과(팩트시트)가 나왔지만 필요 조치를 지연시킨다는 느낌을 준 측면이 있다. 외환시장 불안이 이어지면서 암묵적 '근태 위반'을 했다고나 할까. 대미투자특별법을 발의한 게 지난해 11월 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까지 이 법안은 국회에서 잠자고 있었다. 관세합의의 중요성을 감안했을 땐, 안이했다.
여야가 늦게나마 특별법 처리 절차에 합의한 건 다행스럽다. 국민의힘은 기존의 국회 비준 주장을 접었다. 특위를 구성해 한달 안에 법안을 처리키로 했다. 12일 첫 회의에 대한 기대 또한 크다. 지나간 실책은 만회 가능하다. 관세 부담의 불투명성 해소는 또 다른 문제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고 상호관세가 원래대로 인하된다고 해도 과연 미국의 통상 압박이 끝날까.
미국의 움직임을 추정해 보면 갈등 분야는 확대될 개연성이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과정에서 수시로 관세카드를 꺼내들었다. 그린란드 분쟁 당시 유럽 8개국에 10% 관세 부과 카드를 꺼냈다가 철회한 게 대표적이다. 비관세장벽 문제도 변수다. 최근 미국을 방문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만난 조현 외교부 장관은 그리어 대표가 한국의 비관세장벽을 거론했다고 지적했다. 특별법 국회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농산물 수입, 디지털 규제 등 비관세 분야에서 진전이 없으면 양국은 갈등 상황에 접어들 수 있다. '25%', 아니 또 다른 상호관세율 숫자를 마주할 수 있다.
한국의 대미투자 집행 과정도 갈등의 불씨다. 당장 '1호 프로젝트' 선정이 문제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투자처 선정도 어디까지나 양국 간 '협의'이지 '합의' 사항은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에 참여할 것이란 메시지를 여러 차례 냈지만 산업통상부는 '상업적 합리성'을 근거로 원전 프로젝트를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갈등이 상수가 되면 일관성이 관건이다. 이번 같은 정부와 정치권의 '오판'은 없어야 한다. 특별법 처리에 합의하면서 이룬 여야 협치 흐름을 일회성 이벤트로 끝내지 않고 신속한 비준과 흔들리지 않는 통상전략으로 연결해야 한다. 정치가 예측 가능해야 관세 충격도 기업 입장에선 관리 가능해지는 변수가 된다.
한미 경제갈등 '시즌2'는 예고된 미래다. 대미투자 '모범생'으로 꼽히는 일본도 최근 투자 지연 지적을 받고 있다고 한다. 안보와 경제를 연결한 패키지 전략이 중요하다. 최근 위성락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관세가 흔들리니 핵추진잠수함 등 안보도 지연됐다"는 발언에 주목한다. 미국이 한국의 대미투자에 대한 신뢰를 의심하면서 안보분야 후속 협의도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미다. 경제가 안보를 흔드는 형국이다. 특히 안보는 '플랜B'가 없다. 한국이 강점을 갖고 있는 반도체·조선·배터리·원전 등을 협상 지렛대로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핵심공급망에서 한국이 갖고 있는 '대체 불가능성'을 강화해야 한다. 한미 첫 협상의 승부수였던 한미 조선협력 프로젝트 '마스가'와 같은 성공사례 발굴을 기대한다.
mirror@fnnews.com 김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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