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소니그룹이 TV 사업 분리에 이어 블루레이 디스크(BD) 녹화·재생기(이하 레코더) 시장 철수를 결정하며 엔터테인먼트 분야로의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2일 요미우리신문에 따르면 소니그룹은 지난 9일 공식 사이트를 통해 BD 레코더의 출하 종료를 발표했다. 사실상 시장 철수다.
소니는 과거 차세대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를 둘러싼 표준규격 전쟁에서 승리하며 시장을 주도했다. 2000년대 도시바가 주도한 HD DVD와 소니가 주도한 BD의 규격 경쟁에서 워너브러더스 등 미국 대형 영화사의 지지를 받은 소니가 승리하며 고화질 DVD 시장을 확대해왔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시청 방식 변화가 상황을 뒤바꿨다.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확산에 이어 대용량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도 밀리면서 BD 수요가 축소됐다. 지난해 2월에는 녹화용 디스크 생산 종료를 결정할 정도로 내몰렸다.
소니의 사업 재편 기조가 선명해진 것은 지난 2023년 사장에 취임한 도토키 히로키 사장이 지난해 4월 최고경영자(CEO)를 겸임하게 된 이후다.
도토키 CEO는 지난해 2월 결산 설명회에서 "포트폴리오(사업 구성)는 정적인 것이 아니라 동적인 것으로 보고 있으며, 재검토는 끊임없이 이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성역 없이 과감하게 사업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를 시사한 것이다.
이는 한 때 소니그룹의 주력으로 꼽혔던 TV 사업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 1월 TV 사업을 분리해 중국 전자업체 TCL과 TV 합작 회사를 설립하기로 했다. TCL이 51% 지분을 출자해 경영권을 갖기로 했다.
소니의 TV 사업 매출은 지난해 1·4분기 기준 5641억엔으로 20년 전에 비해 60% 수준으로 감소했다. 저가를 강점으로 내세운 중국 및 한국 업체들이 부상하면서 소니 내부에서는 구조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내려졌다.
소니그룹은 가전 산업을 축소하는 대신 엔터테인먼트 관련 사업 강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해 다수의 인기 지식재산(IP)을 보유한 출판 대기업 카도카와(KADOKAWA)와 반다이남코홀딩스에 수백억 엔 규모의 지분 투자를 잇달아 발표했다. '스누피'로 유명한 만화 '피너츠'의 IP를 관리하는 기업도 연결 자회사로 편입했다.
게임·영화·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사업이 소니그룹의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1·4분기 약 60%를 기록했다. 10년 전의 약 30%에서 두 배 커진 것이다. 소니그룹은 그동안 축적한 방대한 IP를 기반으로 엔터테인먼트 분야의 수익을 더욱 키울 전략이다.
전자산업 전문가인 오사나이 아츠시 와세다대 교수는 "소니그룹이 소비자용 제품 형태는 줄이더라도 엔터테인먼트에 필요한 핵심 기술은 남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카메라 등 영상기기와 이미지 센서는 여전히 경쟁력이 있고 엔터테인먼트 분야와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되기 때문에 이 분야는 계속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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