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수만건 신규 수임 시장 열리면 변호사 업계 ‘숨통’ 기대
수혜는 결국 대형 로펌과 전관뿐이라는 부정론도... 낮은 승소율은 ‘희망고문’
수혜는 결국 대형 로펌과 전관뿐이라는 부정론도... 낮은 승소율은 ‘희망고문’
[파이낸셜뉴스] 더불어민주당 등 여권이 추진하고 있는 '재판소원' 제도를 두고 법조계에서 평가는 엇갈린다. 재판이 길어질수록 사건 당사자가 져야 할 부담은 늘어난다는 의견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지만, 이로 인해 변호사 업계의 수익이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도 공존한다. 변호사 업계는 재판 소원이라는 사회적 논제가 자칫 '밥그릇 챙기기'로 비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 신중한 표정이다.
22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은 대법원 확정판결이라도 △기존 헌재 결정에 반하는 취지의 판결 △기본권 침해 등이 있을 때는 헌법소원을 청구할 수 있다는 것이 골자다. 사실상 ‘4심제’다.
변호사 업계에선 겉으론 조심스러운 표정을 유지하면서도 속내는 반기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우선 ‘대법원 이후 헌재’라는 네 번째 판이 열릴 경우 연간 수만 건의 새로운 사건이 법률 시장에 공급될 것이라는 전망이 긍정적인 요소다.
또 헌법소원은 일반 민·형사 재판보다 전문성이 높고 절차가 까다롭기 때문에 통상 변호사 수임료가 높게 책정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도 호재로 인식된다.
인공지능(AI) 도입 등으로 법률 수요는 감소하는 추세지만, 변호사는 매년 1700여명씩 공급(2025년 기준 개업 변호사는 3만1874명)되는 '무한 경쟁' 시대라는 점에서 재판소원은 틈새시장 혹은 블루오션이 될 수 있다는 낙관론 역시 있다. 조만간 ‘재판소원 전문 변호사’가 등장할 수도 있다고 법조계는 내다봤다.
서초동의 변호사는 "절차가 증가하면 변호사들의 사건 수임량도 많아지면서 좋아질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데, 변호사 업계에서는 반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계층에게 수혜가 집중될 것이라는 분석도 상존한다. 헌법소원 경험이 풍부한 헌재 연구관이나 재판관 출신 변호사, 이들을 대거 보유한 대형 로펌이 새로운 시장을 독식할 가능성이 높다는 해석이다.
반면 절차가 추가되고 변호사 수임 비용이 늘어나는 만큼 일반 의뢰인의 고통도 증가할 것이라는 점은 우려되는 대목이다. 4심에서 극히 낮은 승소율 통계를 갖고 있는 독일 사례가 이에 대한 근거로 제시된다. 따라서 결국 재판소원 청구는 대기업이나 정치인 등 자본이나 시간적 여유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계층만 누릴 것이라고 법조계에선 지적한다.
검찰 출신의 안영림 법무법인 선승 변호사는 "결국 피고인뿐만 아니라 피해자 입장도 생각해야 한다"며 "재판이 끝나야지만 민사소송 또는 수급절차 등을 밟을 수 있는데, 사실상의 4심제로 간다면 피해자들은 불안정한 상태를 유지하고 피해회복도 더딜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절차 증가로 인해 사회적 비용이 커진다"며 "권리를 주장하거나 구제해달라고 했던 의뢰인은 끝까지 비확정적 상태로 있게 돼, 과연 긍정적일까에 대한 강한 의문이 든다"고 비판했다.
theknight@fnnews.com 정경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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