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악재 겹친 가상자산 시장
2000개 기관 투자자 이용하는데
비트코인 가격 폭락으로 직격탄
1주일 자금 묶여 ‘연쇄 파산’ 공포
2000개 기관 투자자 이용하는데
비트코인 가격 폭락으로 직격탄
1주일 자금 묶여 ‘연쇄 파산’ 공포
기관투자가 전용 플랫폼으로 미국 시카고에 본사가 있는 블록필스(BlockFills)가 지난주부터 고객 예치금 입출금을 전격 중단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헤지펀드, 자산운용사 등 약 2000개 기관 투자가들이 이 플랫폼을 이용하고 있다. 지난해 거래 대금이 611억달러(약 88조4000억원)에 이를 정도로 시장의 주요 플랫폼이다. 블록필스의 옵션 상품은 가상화폐 보유고가 1000만달러(약 145억원) 이상인 고객만 구매할 수 있다.
FT에 따르면 블록필스는 비트코인 가격 폭락의 직격탄을 맞았다.
비트코인은 지난해 말 12만5000달러에 이르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지만 지난 5일은 6만5000달러 선도 무너질 정도로 가격이 반토막이 났다.
이번 블록필스의 입출금 전면 중단 사태는 2022년 테라·루나 사태, FTX 파산 충격을 떠올리게 할 정도의 대형 악재다.
2022년 5월 테라·루나가 붕괴하자 시장 신뢰가 깨지면서 거액을 빌려 투자에 나섰던 거대 헤지펀드 3AC가 파산했고, 6월과 7월에는 3AC에 돈을 댔던 셀시우스 같은 대출업체들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서 출금 중단과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11월에는 거래소 FTX가 고객 자금 유용이 들통나며 파산했고, FTX와 긴밀하게 연결돼 있던 블록파이, 최대 대출업체 제네시스까지 무너졌다.
신규코인발행(ICO) 거품 붕괴로 촉발된 1차 겨울(2018~2019년), FTX 파산으로 시작한 2차 겨울(2022~2023년)에 이은 3차 겨울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10월 레버리지 청산 후폭풍
블록필스의 출금 중단 사태 직접 도화선은 지난해 10월 10일의 사상 최대 규모 레버리지 청산이다.
비트코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상자산 정책에 힘입어 10월 4일 12만4290달러(코인베이스 기준)로 사상 최고를 찍었다. 그러나 엿새 뒤인 10일 돌연 폭락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추가 관세를 강력히 시사하면서 10일 뉴욕 증시가 폭락했기 때문이다. 빚을 내 가상자산에 투자했던 레버리지 물량이 한꺼번에 터졌고, 이날 하루 수십억달러 규모의 포지션이 강제 청산됐다.
FT에 따르면 "시장 역사상 최악의 하루"였다. 그 충격으로 비트코인은 급락하기 시작해 지금은 6만5000달러 선도 무너졌다.
블록필스도 입출금을 전면 중단했다. 1주일째다. 기관 전용 유동성 공급자인 블록필스가 휘청거리면 수많은 가상자산 헤지펀드와 자산운용사 자금이 묶인다.
연쇄 파산을 부르고 다시 혹독한 가상자산 겨울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FT는 2022년 '가상자산 겨울' 당시 미국 기준금리 인상의 여파로 가상화폐 가격이 폭락했고, 전체 가상화폐 시가총액의 거의 70%가 증발했다고 전했다.
블록필스는 미국 유명 사모펀드인 서스퀘하나와 세계 최대 파생상품 거래소의 운영사인 시카고상업거래소(CME) 그룹이 투자한 회사로 인지도가 높다.
디지털 자산 분석업체 매트릭스 포트의 시장전략가 마커스 틸렌은 "과거 1, 2차 겨울이 내부 해킹, 방만한 운영에 원인이 있던 것과 달리 지금의 3차 겨울 위기는 지정학적 위험, 거시 경제 정책에 따른 것"이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이 구체화할수록 가상자산 시장의 냉기는 더 길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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